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이 약 8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로 대표되는 임대차 2법이 시행된 직후인 2020년 하반기 수준보다도 낮은 수치다.
20일 서울 부동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전세 계약은 모두 8285건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인 3월(1만363건)과 비교하면 20.1%, 1년 전(1만2727건)과 비교하면 34.9%나 급감한 수치다.
이는 2017년 11월(8263건) 이후 가장 낮은 거래량으로, 임대차 2법 시행 직후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가격이 급등했던 2020년 말보다도 저조하다. 당시 2020년 7월 1만4099건이던 거래량이 8월 1만1009건, 9월 9193건으로 감소했지만, 8000건대까지 내려간 적은 없었다.
지난해 3월 1만5344건이었던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4월부터 1만2000건대로 줄었고, 올해 1월까지는 1만1000~1만2000건대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2월(9833건) 들어 1만 건 아래로 떨어졌고, 4월에는 8000건대까지 밀렸다.
2월을 기점으로 전세 거래량이 급감한 데는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기조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 1월 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예고하고 비거주 1주택 보유세 강화 등 실거주 중심의 시장 재편을 공언하면서, 임대 물량이 매매 시장으로 대거 이동한 것이다. 중과 유예 시한인 5월 9일 이전에 집을 팔려는 다주택자들이 전세 매물을 거둬들이고 매매 매물로 전환한 결과다.
실제로 1월 말까지 2만2000건대를 유지하던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량(아실 기준)은 2월 말 1만8000건대로 줄었고, 4월 말 기준으로는 1만5000건대까지 감소했다. 불과 석 달 사이에 7000건 가까운 전세 매물이 시장에서 사라진 셈이다.
세입자들은 전세 매물 급감, 전셋값 상승, 대출 규제가 한꺼번에 겹치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강북 지역으로 이사를 준비 중인 30대 이 모 씨는 "한 달 전부터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물이 나오면 연락달라고 부탁해뒀는데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라며 "마음에 드는 전세를 찾는 게 하늘의 별 따기 같아 속이 타들어간다"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전세 수급 불안이 해소될 만한 뚜렷한 돌파구가 없다는 점이다. 주택 공급 감소가 지속되는 데다, 정부가 매물 출회를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세 낀 주택 매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면서 오히려 향후 전세 물량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세입자가 있는 토허구역 주택을 매수하면 2년 뒤 반드시 실거주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임대차 시장에서 공급되는 전세 물량이 2년 뒤에는 사라지게 된다"며 "이는 전월세 시장의 불안으로 직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서울 아파트 전세 갱신권 사용률이 올 1월 57.1%에서 50.6%로 빠르게 낮아지는 등 임차인을 보호하던 안전장치도 점차 약해지고 있다"며 "특히 신축 단지의 첫 갱신 주기가 도래하는 2026~2027년부터 시장가 충격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