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완화에도 서울 아파트 매물 급감…매도인 관망세 확산

서울 아파트 매물이 가파르게 줄고 있다.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세입자가 있는 모든 주택을 대상으로 실거주 의무를 한시 유예하는 방침을 내놨지만, 막상 시장에서는 매물 출회 효과보다 매도인들의 눈치 보기가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1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 수는 6만3874건으로, 5일 전인 11일(6만6914건)과 비교해 약 3000건(4.6%) 줄었다. 한 달 전인 4월 16일(7만6369건)과 견주면 낙폭은 더 크다. 다주택자 매물이 대거 쏟아지던 그 시점 이후 1만 건 넘게 빠진 셈이다.

성동구의 한 아파트를 내놓았던 A씨는 정부가 세 낀 집 매도 허용 범위를 토지거래허가구역 전체로 넓힌 당일 매물을 거뒀다. A씨는 중개사에 "이 집을 팔고 이사 가려던 아파트가 이미 너무 올라버려, 팔아도 갈 수가 없다"며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전했다.

토허제 완화에도 서울 아파트 매물 5일 새 3000건 급감…매도인 관망세 확산
ⓒ한국부동산원

정부는 지난 12일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임대 중인 모든 주택에 대해 매수자의 실거주 의무를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했다. 지난 10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재개되면서 매물 잠김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세 낀 집 매도 허용 범위를 다주택자까지 확대한 것이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정부의 기대와 다르다. 용산역 인근에서 고가 주상복합을 주로 중개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강남에서 앞으로 매물이 잠기면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얘기가 돌자, 팔겠다던 손님이 양도세까지 얹어서 받겠다며 매물을 거뒀다"고 전했다.

매수자 입장에서도 선뜻 나서기 어려운 구조다. 세 낀 매물을 사면 향후 임차인에게 전세 퇴거자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현재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택담보대출이 1억원으로 제한되는 등 대출 규제가 여전히 촘촘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같은 지역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세입자가 나올 때까지 따로 살 집도 구해야 하고, 나중에 퇴거자금까지 마련해야 하니 매도인이 팔려 해도 살 사람이 없다"고 했다.

대형 단지도 예외가 없다.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은 한 달 새 매물이 1120건에서 571건으로 반 토막 났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더클래시는 95건에서 39건으로 60% 가까이 줄었고,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도 531건에서 265건으로 절반이 빠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12일 이번 조치를 발표하며 "비거주 1주택자의 경우 왜 풀어주지 않느냐는 민원이 있었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만큼은 아니겠지만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줄어든 매물이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긴장감이 감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의 5월 둘째 주(11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28% 올라 직전 주 상승률(0.15%)의 약 두 배에 달했다. 하락세를 이어가던 강남구도 단번에 0.19% 상승 전환했다.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 남혁우 연구원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막판 고가 재건축 단지의 급매물이 활발히 거래됐던 강남구가 상승 전환했다"며 "마지막 바겐세일에 맞춰 거래가 몰리고 이후 매물이 다시 줄면서 호가가 오른 점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제 개편 방향이 아직 뚜렷하지 않은 데다 대출 규제도 유지되고 있어, 정부가 의도한 매물 출회 효과가 가시화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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