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이 제시한 종전안에 대한 이란 측 답변을 '완전히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지난달 무기한 휴전 선포 이후 이어져온 미·이란 간 물밑 협상이 다시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방금 이란 측 이른바 '대표들'의 답변을 읽었다"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완전히 용납할 수 없다"고 적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문제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핵심 쟁점인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이견이 불거진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는 별도 게시글에서도 "이란은 지난 47년 동안 미국과 전 세계를 상대로 농간을 부려왔다.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룬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란인들은 우리를 기다리게 하면서 길가에 설치한 폭탄으로 우리 국민을 살해했다"며 "무고한 비무장 시위대 4만 2000명을 학살하고도 미국을 비웃었지만, 더 이상 웃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양국은 전쟁을 공식 종료하고 30일간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핵 협상을 진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 '14개 조항 양해각서(MOU)' 체결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방영된 인터뷰에서도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날 CBS 인터뷰에서 "이란의 농축 우라늄이 국외로 반출되고 핵시설이 해체되기 전까지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맞대응 수위를 높였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우리는 결코 적에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화와 협상이 곧 항복이나 후퇴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관영 타스님 통신도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가 이란의 답변에 만족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협상팀은 오직 이란 국민의 권리를 위한 계획만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도 재점화됐다. 이란은 전쟁 초기부터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이 해협을 봉쇄하고 통항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해왔다. 영국과 프랑스가 휴전 이후 해협 안전 확보를 위한 국제 연합체 구성을 추진하자, 이란은 외국 군함이 진입할 경우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호르무즈 해협 안보는 오직 이란만이 보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걸프 해역에서는 실제 충돌도 이어졌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란에서 발사된 무인기(UAV) 2기를 요격했다고 발표했고, 쿠웨이트도 자국 영공에서 적대적 드론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카타르 역시 아부다비에서 출항한 화물선이 메사이드 항구 인근에서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 중국 방문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이란 문제를 직접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미국은 중국이 이란과 러시아에 제공하는 경제적 이익과 이중용도 부품, 무기 수출 가능성 등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