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반도체 세수에 쏠린 눈…반도체 특수, '주거 정책'까지 영향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에만 94조 원이 넘는 합산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정부의 국세 수입이 415조 원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단순한 산업 호황을 넘어 국가 재정 지형을 흔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 막대한 초과 세수가 부동산 정책의 재원 구조와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 헤럴드경제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25년 법인세 납부액은 전년 대비 167% 증가한 2조8427억 원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1900% 넘게 폭증한 5조6280억 원을 납부했다. 두 기업의 합산 납부액은 약 8조5000억 원으로, 2024년(1조3443억 원)과 비교하면 530% 급증한 수치다. 올해는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만 57조2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5% 뛰었고,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37조6000억 원을 기록하며 405% 증가했다. 법인세는 상반기 실적을 기준으로 8월에 중간예납하는 구조인 만큼, 올해 세수 증가 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세수 증가는 법인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반도체 업황 호조로 지급된 대규모 성과급이 근로소득세 수입을 끌어올리고 있는 데다, 반도체주 중심의 주식시장 활황이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외국인이 매도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식 규모만 262조 원에 달해 증권거래세 당초 전망치(5조4000억 원)를 이미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1차 추경 편성 당시 상정한 초과세수 예상치는 25조2000억 원이었지만, 현재 시장에서는 35조 원을 훌쩍 넘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세수 호황의 영향은 중앙정부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반도체 사업장이 집중된 수원, 용인, 화성, 평택, 이천 등 5개 지자체는 취득세·재산세·지방소득세 등 지방세 전반에서 뚜렷한 수입 증가를 경험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그간 주택공급 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온 만큼, 반도체 세수를 주거 인프라 투자에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주목받고 있다.

중앙 재정 차원에서는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주택공급 확대 방안과의 연계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 호, 연간 27만 호 규모의 신규 착공을 목표로 제시한 상태다. 공공택지에서 LH가 직접 주택 사업을 시행하고, 노후 임대주택·미활용 공공청사·유휴 학교용지 등을 활용한 도심 공급도 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그간 공공주택 공급이 LH 차입과 주택도시기금에 주로 의존해온 구조에서, 초과세수가 추가 재원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부동산 세제 측면에서도 변화가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9일을 기점으로 약 4년간 유지돼온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가 종료됐다. 이에 따라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가 주택을 매도할 경우 기본세율에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 이상은 30%포인트가 가산된다. 여기에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실거주 요건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양도가액 12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10년 보유·5년 거주한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보유공제 폐지 시 양도세 부담이 최대 6120만 원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초과세수 활용 방향을 두고는 시각이 엇갈린다. 재정건전성을 우선시하는 쪽에서는 국가재정법 원칙에 따라 채무 상환을 먼저 고려해야 하며, 반도체 호황의 지속 여부가 불확실한 만큼 지출 확대에 집중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초과세수를 단순 상환 재원이 아닌 별도 기금 형태로 관리해 경기 둔화기 완충 장치이자 미래 산업 투자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반도체 산업 성장 과정에 정부 지원과 사회 인프라 투자가 기여한 만큼 그 성과 일부를 사회 전체로 환원해야 한다는 논리다.

2021~2022년 60조 원대 초과세수가 발생했을 당시 재원을 구조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반성이 정책 당국 안팎에서 여전히 유효하게 거론된다. 청와대 김용범 정책실장은 "2027년까지 반도체 호황이 이어진다면 2026~2027년 세수는 역사적 규모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며 재정이 과거 평균값에 묶이지 않고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가 만든 세수가 부동산 정책의 재원 구조를 어떻게 바꿀지는 올 하반기 수정 세입 전망과 예산 편성 과정에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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