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건설업계의 사업 전략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생산시설 확장이 본격화하면서, 이를 수주한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SK에코플랜트가 주택사업 비중을 줄이고 하이테크 부문으로 역량을 집중하는 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5공장(P5) 시공을 위해 주택 등 기존 사업부에서 지원자를 모집해 하이테크 사업부로 전환 배치하는 계획을 내부적으로 공유했다. 내부 관계자는 "지난 3월부터 약 600명 규모의 인원을 단계적으로 재배치할 것이라는 사측 계획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의 직접 지시에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물산의 하이테크 사업부는 반도체 공장, 데이터센터, 첨단 산업시설 등 고난도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핵심 수익 부서다. 삼성전자가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평택에 구축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최첨단 반도체 라인도 이 부서가 맡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불황 여파로 P5 공사를 잠정 중단했다가 지난해 11월 재개했다. 이후 향후 5년간 국내에 45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그 상당 부분이 평택캠퍼스를 비롯한 반도체 시설에 집중될 예정이다. P5가 완공되면 평택에서만 월 90만 장의 반도체 생산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와 처음 P5 계약을 맺은 2022년 당시 계약금액은 414억원에 불과했지만, 이후 투자 규모가 확대되면서 지난 3월 기준 해당 공사 계약금액은 2조8932억원으로 늘어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현재 삼성전자가 삼성물산에 발주해 진행 중인 공사는 총 8건으로, 도급 금액 합계는 약 7조2886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만큼, 삼성물산의 하이테크 인력 재배치가 P5·P6 공정에 맞춰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물산 측은 "구체적인 인력 충원 여부와 시공 계획은 확인해 드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SK에코플랜트도 같은 흐름을 타고 있다. 지난해 '하이테크 기업' 전환을 선언한 이후,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M15 팹 확장 공사가 핵심 사업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내부 인력 구조도 빠르게 재편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의 하이테크 부문 인력은 지난해 상반기 말 987명에서 올해 1분기 말 1134명으로 1년도 안 돼 약 15% 급증했다. 반면 재개발·재건축 등 주택사업 공사 잔액은 크게 줄어들었다. 올해 첫 주택사업 수주는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신반포20차아파트 재건축사업으로, SK에코플랜트는 "주택은 선별 수주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이테크 인력이 급증하면서 주택 부서에서는 일손이 사실상 없는 수준"이라며 두 건설사 모두 사업 포트폴리오의 무게중심이 주택에서 반도체·첨단 인프라 쪽으로 확연히 기울고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