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 수가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 이후 8% 넘게 줄어든 가운데,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유예 방안이 시행된 첫날에도 강남구·송파구 허가 신청 건수는 평소와 엇비슷하거나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세제 개편안 발표를 기다리며 관망세를 이어가는 분위기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5월 3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 수는 총 6만1441건으로, 양도소득세 중과가 재시행된 5월 10일 이후 집계된 6만6914건에 비해 8.2% 줄어들었다.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동시에, 비거주 1주택자 등도 아직 발표되지 않은 세제 개편안을 기다리며 매도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5월 29일부터 올해 말까지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는 아파트에 대해 무주택자가 매수할 경우 잔금 후 4개월 내 입주해야 하는 실거주 요건을, 기존 임차인의 임대 계약 기간이 종료될 때까지 유예해주는 방안을 시행했다. 전세를 끼고도 아파트를 사고팔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러나 시행 첫날 시장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새올전자민원창구에 따르면 강남구에서 시행 첫날인 5월 29일 접수된 토지거래 허가 신청은 총 11건으로, 전날인 28일(7건), 27일(11건)과 비교해 평소 수준에 그쳤다. 송파구도 같은 날 신청 건수가 9건에 불과해 27일 17건, 28일 12건보다 오히려 줄었다. 노원구 역시 시행 첫날 21건이 접수돼, 26일 52건·28일 7건과 견줘 크게 늘지 않았다.
강남권 현장에서는 매물이 일부 나오고는 있지만 가격이 여전히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전용 84㎡는 현재 35억원대 호가 매물이 나와 있다. 다주택자들의 급매물 출회로 지난 3월 실거래가가 31억~32억원 선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전고점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전세를 끼고 집을 처분하려는 집주인과 급매물을 원하는 매수자 사이의 희망 가격 격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실제 거래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고 대출이 용이한 강북 일부 지역에서는 전·월세 물건 품귀 현상이 매매 수요까지 끌어올리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노원구 포레나노원 전용 84㎡는 양도세 중과 시행 직전 12억7000만원이던 매물이 최근 13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토허제 자체가 유지되는 이상 거래 제약은 계속될 수밖에 없어, 이번 유예 조치만으로는 공급 부족과 매물 잠김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공급 확대와 규제 체계 전반의 정비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시장에서는 지방선거 이후 세제 개편안의 윤곽이 드러나면 강남권과 한강벨트 등 고가 지역을 중심으로 매도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임차인이 있어 매도를 미뤄온 비거주 1주택자들의 물량도 추가로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올해 연말을 넘기면 토허구역 내 매도가 다시 어려워지는 만큼, 잠겨 있는 매물을 어떻게 시장으로 끌어낼 것인지가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