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월세 시장이 구조적 전환점을 맞고 있다.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에서 월세 비중이 4개월 연속 50%를 웃돌았다. 2011년 전월세 거래 통계 집계 이래 이 비중이 50%대를 기록한 시점은 2022년 12월(52.5%)과 2025년 12월(50.0%) 단 두 차례에 불과했다. 올해는 이런 현상이 반기(半期) 내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격은 159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 150만4000원으로 처음 150만원대를 넘어선 데서 5개월 만에 약 9만원 더 오른 수치다. 1년 전인 지난해 6월(142만2000원)과 비교하면 상승폭은 12.0%에 달한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세 상승률(4.99%)과 매매 상승률(5.07%)을 크게 앞지르는 속도다.
이 같은 월세 상승세는 소득 수준과 대비하면 더욱 가파르게 느껴진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6년 1인 가구 월 중위소득은 256만원, 2인 가구는 419만원이다. 1분기 월평균 가구소득(548만원)을 기준으로 삼아도 평균 월세 159만원은 소득의 약 29%에 해당한다. 그러나 1인 가구나 신혼부부 등 중위 이하 소득 계층이 부담하는 실질 비율은 이보다 훨씬 높다. 월 300만원 안팎의 소득으로 160만원에 육박하는 월세를 감당하면 세후 실수령액의 절반 넘게가 주거비로 증발하는 구조다.
서울 외곽 지역에서도 고가 월세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도봉구 창동의 한 아파트 전용 134㎡는 지난 5월 보증금 2억원에 월세 28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고, 강북구 미아동의 한 단지 전용 84㎡ 역시 같은 시기 보증금 5000만원에 월 310만원의 임대차 계약이 맺어졌다. 300만원 이상 고액 월세 비중도 확대되는 추세로, 올해 서울 아파트 월세 계약 중 300만원 이상 비중은 9.4%로 1년 전(7.3%)보다 2.1%포인트 늘었다.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이처럼 빠르게 확대되는 데는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고 있다. 집주인에 대한 실거주 의무 강화로 전세 매물이 줄었고, 전세사기 여파로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로 임차 수요는 늘었지만 공급은 뒷받침되지 못하는 상황도 겹쳤다. 전세가 월세 상승을 억제하는 완충재 역할을 해왔으나 전세 매물 자체가 줄면서 그 기능이 약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도권 전반으로 보면 아파트 평균 월세가격은 올해 1월 121만원에서 6월 126만원으로 상승했다. 아파트뿐 아니라 오피스텔 시장도 마찬가지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분기 오피스텔 가격동향조사에서 서울 오피스텔 월세가격은 전 분기보다 0.90% 올랐다. 1분기 상승률(0.75%)보다 상승폭이 확대됐으며, 전국(0.71%)·수도권(0.78%) 평균을 웃돌았다. 전세사기 우려로 월세 선호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학가·역세권을 중심으로 임차 수요가 집중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공급 부족과 전세 감소, 세제 환경 변화가 동시에 맞물린 현재의 구조에서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단기간에 완화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입주 물량이 계속 줄어드는 추세인 만큼 월세 상승 압력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며, 정부의 비아파트 임대 공급 확대방안이 실질적인 해소책이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