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매물이 줄고 월세 전환이 빨라지면서 서울 외곽 중저가 아파트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올해 1∼5월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수 건수는 1만4103건으로,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9년 이후 건수와 비중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수도권 집값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4월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은 45.9%까지 치솟았다. 이는 종전 최고치였던 2021년 1월(40.2%)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거래량 기준으로는 코로나 시기 '영끌' 붐이 절정이었던 2020년 같은 기간(1만1414건)보다 약 24% 많은 규모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임대차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전세 물량이 줄고 전셋값이 오르는 동시에 월세 전환까지 빨라지면서 주거비 부담이 커진 세입자들이 매매 시장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 돈으로 월세를 내느니 차라리 집을 사겠다"는 실수요가 특히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갖춰진 30대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매수세는 아파트를 넘어 연립·다세대 등 비(非)아파트 시장과 수도권 전역으로도 번지고 있다. 올해 1∼5월 경기도 아파트 매수 건수는 2만7351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52.9% 급증했다. 전세사기 여파 등으로 장기간 거래가 침체됐던 서울 연립·다세대 시장도 2022년 5월 이후 처음으로 월 5000건대를 회복했으며, 이 과정에서 30대의 역할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같은 기간 30대의 서울 비아파트 매수 비중은 24.6%로 1년 전보다 6%포인트 상승했고, 20대까지 포함하면 2030세대 비중은 30%를 넘어섰다.
생애 최초 매수자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집합건물을 처음 매수한 인원은 6만1132명으로 전년 대비 26.1% 증가하며 202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령대별로는 30∼39세가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3만473명을 차지했다. 이들이 주로 몰린 지역은 동대문구·강서구·노원구 등 10억원 이하 구축 아파트가 남아있는 외곽 자치구였다. 반면 강남·서초·용산 등 고가 지역은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첫 매수자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수요가 집중되면서 해당 지역 집값도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다섯째 주(6월 29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27% 올라 7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자치구별로는 도봉구(0.37%), 동대문구(0.36%), 성북구(0.36%), 구로구(0.35%), 노원구(0.33%), 중랑구(0.32%) 등 외곽 지역의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개별 단지에서는 신고가 거래도 잇따르고 있다. 중랑구 신내동 '신내역금강펜테리움센트럴파크'(전용 84㎡)는 지난달 10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새로 썼고,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9단지래미안'(전용 84㎡)도 14억6000만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1년 전 11억원 중후반대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단기간에 큰 폭의 상승이 이뤄진 셈이다.
공급 측면에서도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구조적 요인이 겹쳐 있다. 서울의 아파트 착공 물량은 2020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공사비 상승과 금리 부담,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 등으로 신규 사업이 위축된 결과로, 이는 수년 뒤 입주 물량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식 투자와 성과급으로 자본 여력이 커지고 금융 레버리지를 적극 활용하는 30대의 구매력은 정부의 대출 규제보다 더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 매물 부족과 전셋값 상승이 장기화되면서 전세시장에 머물던 실수요자들이 매매시장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며 "서울 핵심 지역은 가격 부담이 여전히 높은 만큼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외곽 지역으로 수요가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리와 공급 여건, 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 상승 폭은 지역별로 차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