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생산 지표가 2년째 꺾이는 사이, 현장을 떠나는 건설사의 수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건설업 생산(불변)은 2024년 5월부터 24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업황이 장기 침체 국면에 빠진 가운데, 올해 들어 문을 닫은 건설사 수가 이미 2500곳을 훌쩍 넘어서며 업계 전반에 비상등이 켜졌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7월 31일 사이 폐업을 신고한 건설사는 총 2530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25곳과 비교하면 24.9% 급증한 수치다. 올해 폐업 건수가 2000곳을 넘어선 것은 2014년 이후 12년 만이다.
주목할 점은 폐업 증가가 특정 업종에 편중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문건설사 폐업은 같은 기간 1639곳에서 2053곳으로 25.3% 늘었고, 종합건설사는 386곳에서 477곳으로 23.6% 증가했다. 사업 규모와 무관하게 전 업종이 비슷한 속도로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6월 한 달간 종합건설업체 폐업 신고만도 88건으로, 전년 동월(50건)의 약 1.8배에 달했다.
장기 침체의 배경에는 주택 공급 시장의 경색이 자리하고 있다. 세금·제도 문제가 정비되지 않은 채 지속되면서 주택 공급이 크게 위축됐고, 이에 따라 건설사들이 수주할 수 있는 일감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반기 들어 반도체 공장·산업단지 조성 등 비주택 부문 수주는 소폭 늘었지만, 건설사 매출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 건설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전체 업황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여기에 공사비 급등이라는 악재가 겹쳤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가 발표한 올해 6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8.22로, 조사 개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020년을 기준(100)으로 한 이 지수는 2022년 초 120.14에서 약 15% 추가 상승한 것이다. 서울에서 30층 규모 아파트를 짓는 데 통상 4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착공 시점과 준공 시점 사이의 공사원가 격차가 두 자릿수에 달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공사비가 1조 원을 넘는 대형 사업장의 경우 공기 지연까지 더해지면 추가 원가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자금력을 갖춘 대형 건설사도 예외는 아니다. 원자재 수급이 불안정할 경우 재료비가 단기간에 급등할 수 있어, 공사비 리스크를 원가에 온전히 전가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남아 있다. 전문건설업 경기실사지수(BSI) 역시 이 기간 큰 폭으로 악화됐으며,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자재·인력·장비 비용 상승과 수주 경쟁 심화가 체감 경기를 더욱 짓누르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버티지 못한 중견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는 하도급 업체로도 번지고 있다. 시공사의 자금 경색으로 미수금이 쌓이면서 인건비·자재비·장비 임대료 지급이 연쇄적으로 막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 5대 건설사의 임직원 수가 1년 새 2000명 이상 줄어든 것도 업계 전반의 고용 위축을 보여주는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