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을 두고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집값 폭등을 억제하는 효과는 있어도 상승 추세 자체를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게 나오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에 따르면 부동산 전문가 5인을 대상으로 이번 개편안의 파장을 물은 결과 초고가 주택 시장은 숨 고르기에 들어갈 수 있지만, 중저가 주택과 전월세 시장은 오히려 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번 개편안의 뼈대는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보유 주택 수에서 주택가액으로 바꾸고,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보유 중심에서 거주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실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는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늘어나는 반면, 집을 갖고도 살지 않는 1주택자의 공제는 9억원으로 낮아진다. 종부세 세율 체계는 2028년부터 주택 수와 무관하게 가액 기준으로 단일화되고, 양도세 장특공제는 2029년부터 보유기간 공제가 폐지되고 거주기간만으로 최대 80%까지 공제받는 구조로 바뀐다. 임대료 상한 5% 준수 시 실거주 요건을 면제해주던 상생임대주택 특례도 올해 말 종료된다. 다만 보유세 부담이 커진 다주택자에게 매도 퇴로를 열어주기 위해 양도세 중과는 2028년까지 한시적으로 완화된다.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짚은 공통분모는 ‘집값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정부가 목표로 삼은 것은 결국 폭등만 막는 수준이며, 전월세 시장에서는 아파트는 물론 빌라까지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0억원 이하 주택은 종부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오히려 가격이 상향 평준화될 가능성이 있고, 강남권 초고가 시장은 하락보다 보합 수준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종부세 부담이 사실상 초고가 주택에 집중되는 만큼 나머지 대부분 주택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반면, 양도세 혜택을 받으려면 실거주를 해야 하는 조건 때문에 기존 임대주택이 자가 거주로 전환되며 전세 매물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구조적 원인으로는 실거주 요건 강화가 지목된다. 종부세 공제와 양도세 혜택을 노리는 집주인이 임대차 계약 종료 후 직접 입주하는 사례가 늘어날수록 전세 공급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비거주자가 실거주로 전환하면 임대 매물이 줄어 전월세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보유세 부담이 월세로 전가되면서 월세화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집주인이 아니라 세입자가 거주해도 주택은 실제 주거 공간으로 쓰이는 셈인데, 집주인의 실거주만 인정하는 방식은 결국 세입자를 밀어내는 쪽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된 이후 압구정 등 고가 지역 아파트값은 주춤했지만, 노원·도봉·강북구와 금천·관악·구로구 등 상대적 저가 지역은 오히려 오른 사례가 확인된 바 있다.
종부세 가액 기준 전환에 따라 새로운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강남 핵심지역에서는 세 부담 증가로 일부 급매물이 나오고 가격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종부세 기준이 가액 중심으로 바뀌면서 시세 30억원 안팎 이하 주택이 새로운 절세형 ‘한 채’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핵심 지역 고가주택에 대한 수요 자체는 유지될 가능성이 커 급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며, ‘똘똘한 한 채’ 선호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세제상 유리한 가격대로 수요가 옮겨가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중고가 이하 주택은 대기 수요가 매물을 흡수하면서 가격 상승과 전세난이 함께 심화될 수 있는 반면, 초고가 주택은 거래 위축과 가격 조정 가능성이 공존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장기보유특별공제를 거주기간 중심으로 바꾸더라도 대규모 매물 출회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오히려 거래 위축과 매물 감소로 귀결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전월세 값 상승이 다시 매매 수요를 자극하는 악순환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임차료가 오르는 상황에서 집값이 안정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보유세 부담이 커진 만큼 월세와 전세금도 함께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중하위 지역과 경기 비규제지역에서는 전월세 매물 부족에 따른 임차 수요의 매매 전환이 이미 활발하고, 실수요 대기 수요도 꾸준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만희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이번 개편의 주 목표가 집값 안정이 아닌 세제 정상화에 있다며,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의 매물이 늘어 집값 안정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이는 부수적인 효과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을 종합할 때 집값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들은 실수요자라면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서둘러 매수에 나서는 편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절세를 겨냥한 매물이 세법 개정 발표 이후부터 내년 보유세 과세기준일 직전, 양도세 부담이 커지기 전인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