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담이 실제로 늘어나는 구간은 시가 35억원 이상 주택에 한정됐다.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액을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리면서 30억원 안팎의 아파트를 보유한 실거주자의 세 부담은 오히려 줄어드는 역설적 구조가 됐다.
지난해 기준 거주용 1주택 종부세 납세자 48만577명 가운데 과세표준 6억원 이하(시가 32억2000만원 수준)에 해당하는 납세자는 39만7216명으로 전체의 82.7%를 차지했다. 납세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이번 개편으로 세 부담이 줄어드는 가격대에 몰려 있는 셈이다. 서울 마포·용산·성동구 등 이른바 '마·용·성 한강벨트' 주요 아파트 상당수도 이 구간에 포함돼, 실수요자 보호의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해야 하는지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증세가 본격화하는 것은 시가 40억원대를 넘어서면서부터다. 시가 35억원 주택의 종부세 증가분은 51만4000원에 그치고, 40억원 주택은 156만5000원 수준이다. 50억원 주택에서야 563만8000원 늘어나며 증가 폭이 본격적으로 확대된다. 소수의 초고가 주택에 세 부담이 집중되는 구조로, 과세 기반 정상화 측면에서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의 경우 1주택자는 70%, 다주택자는 2028년까지 80%로 단계적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 당시 60%까지 낮아졌던 비율을 일부 회복하는 조치이지만, 공시가격 수준으로 과세표준을 정상화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에 상한액이 신설됐지만,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되는 데다 상한액도 최대 10억원에 달해 고가 주택에 귀속되는 혜택이 여전히 크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4년 귀속 기준 양도가액 12억원 초과 1세대 1주택의 건당 평균 공제액은 강남구가 5억40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문제도 또 한 번 반복됐다. 정부는 지난 5월 10일 재개한 중과세율을 불과 석 달 만에 다시 완화해 2027~2028년 한시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보유세 부담을 높이는 대신 매도 퇴로를 열어준다는 취지지만, 윤석열 정부 시절부터 '중과 유예→재개→재유예'를 반복해온 전철을 밟으면서 정책 예측 가능성이 떨어졌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추가 완화를 기대하며 다주택자가 매도를 늦추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이번 개편안에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개편 내용이 처음 반영된 종부세 고지서는 2028년 4월 총선을 약 4개월 앞둔 2027년 말에 발송된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 세 부담 증가에 따른 민심 이탈을 우려해 인상 폭과 시행 속도를 조절했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을 두고 엇갈린 반응을 보이면서도 실효성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강남대 유호림 교수는 이번 개편을 일정 가격 이하의 부담은 줄이고 고가 주택의 부담은 높이는 '하박상후' 구조로 평가하면서,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 부담 상한을 절충적으로 조정하는 수준이어서 다주택자가 당장 주택을 내놓아야 할 만큼의 강한 신호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강원대 정준호 교수는 세금의 임대차 전가를 우려하는 시장주의자와 증세 정도가 미흡하다는 증세론자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애매한 세제가 됐다고 평가했다.
배재대 김현동 교수는 재산세를 포함한 보유세 전반의 개편 없이 종부세와 양도세 조정만 담긴 이번 개편안만으로 집값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향후 정책 변경 가능성을 기대하며 다주택자가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버티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