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사는 집'과 '두는 집'을 세금으로 명확히 구분하면서, 서울 도심 임대차 시장에 파장이 예상된다. 실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은 완화되는 반면, 같은 1주택자라도 거주하지 않으면 오히려 세 부담이 커지는 구조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집은 사는 것(Buying)이 아니라 사는 곳(Living)이라는 원칙 아래 거주 중심의 주택시장이 정착되도록 부동산 세제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비거주 1주택자와 다주택자의 세 부담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한편, 시가 20억원 이하 실거주 1주택자는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실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 기준은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상향된다. 반면 비거주 1주택자는 같은 기준이 현행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오히려 낮아진다. 공정시장가액비율도 현행 60%에서 내년부터 70%로 인상되면서 비거주자의 실질 세 부담은 더욱 커진다.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84㎡를 실거주 없이 보유한 경우, 내년 보유세는 올해보다 55% 이상 증가한 2812만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 같은 설계는 서울 마포·용산·성동구(이하 마용성) 등 도심 중산층 밀집 지역에 집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세 20억원 초반대 아파트 상당수가 내년부터 비거주 종부세 증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마포구 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의 경우, 실거주자의 내년 보유세는 411만원으로 올해(416만원)보다 소폭 줄지만, 비거주자는 617만원으로 늘어난다.
문제는 세 부담을 피하려는 집주인들이 임대를 접고 직접 거주를 선택할 경우 전월세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서울 및 경기 일부 지역은 토지거래허가제 등 실거주 의무 부여로 전세 품귀 현상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여기에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강화가 맞물리면 도심 임대 물량이 추가로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이 같은 공급 감소 압박은 외곽보다 도심에서 더 두드러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곽 지역은 갭투자 비중이 높아 다주택자가 집을 팔면 세입자가 매수자로 전환되면서 임차 수요도 함께 줄어드는 구조다. 하지만 마용성 등 핵심 지역은 임차 수요 자체가 줄지 않는 상황에서 집주인만 실거주로 전환하면 공급 감소가 곧 가격 상승 압력으로 직결된다는 것이다.
보유세 부담이 늘어난 집주인이 이를 임대료에 전가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종부세 부담 증가는 일부 임대시장에서 월세·반전세 전환이나 신규 임대료 인상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외곽 지역에서는 전월세 물량 감소가 매매 전환 수요를 자극해 시장에 매물이 장기간 쌓이는 상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등록임대 아파트 관련 제도 변화도 임대차 시장의 공급 변수로 꼽힌다. 정부는 조정대상지역 내 매입임대 아파트의 중과배제 기한을 2027년 12월 31일 이전 양도분으로 한정하고, 2028년 이후 양도분에 대해서는 중과·추가과세 세율을 완화하되 장기보유특별공제 우대는 축소하기로 했다. 상생임대주택 특례는 올해 말 종료된다. 매입임대 아파트가 매물로 나올 경우, 임대료 인상 상한 5%가 적용되는 저렴한 임대주택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셈이어서 임대차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등록임대 중 아파트 물량 자체가 제한적이어서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직장 이동이나 가족 부양 등 불가피한 사유로 비거주 상태가 된 1주택자에 대한 예외 기준이 아직 명확히 마련되지 않은 점도 향후 보완 과제로 지적한다. 이번 세제 개편의 효과는 2027년 이후 세율 인상과 2028~2029년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이 실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