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35% 성장하는 모듈러 시장…정부, 공공 발주 2만 가구로 판 키운다

레고 블록처럼 공장에서 제작한 구조물을 현장에서 쌓아 올리는 모듈러 주택이 빠르게 시장을 넓히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은 2003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35.4% 성장했으며, 2030년에는 약 2조8000억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공공 발주를 통해 이 시장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 같은 성장세를 배경으로 한다.

싱가포르의 56층 모듈러 주택 '애비뉴 사우스 레지던스'
ⓒ 싱가포르 56층 모듈러주택 '애비뉴 사우스 레지던스'

국토교통부는 8·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2027∼2030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의 모듈러 공공주택 발주 물량을 기존 1만2000가구에서 2만 가구로 늘리기로 했다. 연평균 발주 규모는 3000가구에서 5000가구로 67% 가량 확대된다. 모듈러 주택은 벽체, 배관, 내부 마감재 등 주요 구조체의 70~80%를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뒤 현장으로 운송해 조립하는 방식이다. 공장 제작과 현장 시공이 동시에 이뤄지는 만큼 통상 2년 걸리는 공사 기간을 1년 6개월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해 생산 규모를 키우고 규모의 경제를 통한 단가 인하를 유도할 방침이다. 가구당 약 7000만 원에 달하는 초과 공사비의 50%는 2030년까지 재정으로 지원한다. 2만 가구 전체로 환산하면 추가 투입 재원만 1조4000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국토부는 인증체계 부재와 발주 절차 미비 등 제도적 걸림돌을 해소하기 위해 연내 모듈러 특별법 제정과 발주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고층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국내 최고층 모듈러 주택은 2023년 준공된 경기 용인영덕 행복주택으로 13층, 106가구 규모다. LH는 경기 의왕초평 A4블록에 22층 381가구 규모의 모듈러 공동주택을 건설 중이며 2027년 11월 준공 예정이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도 하남교산 A1블록에서 25층 400가구 규모 시범사업을 추진 중으로 2027년 2월 착공할 계획이다. GS건설은 올해 말 경기 시흥 거모지구에서 14층 규모의 스틸 모듈러 아파트 착공에 나선다.

모듈러 공법 자체는 이미 국내외에서 검증된 기술이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대우건설이 자체 개발한 3차원 콘크리트 모듈 공법(DWS)을 통해 하와이, 창원, 부산, 김해 등지에서 총 2104가구를 준공한 바 있으며 핵심 공정은 1997년 미국 특허를 취득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40∼50층대 고층 모듈러 주택이 등장했다. 싱가포르는 공장에서 마감재와 설비까지 갖춘 3차원 모듈을 제작하는 PPVC 공법을 활용하며, 싱가포르 건설청(BCA)은 2014년 11월부터 일부 공동주택 용지에 이 공법 적용을 의무화했다. 56층 2개 동, 1074가구 규모의 '애비뉴 사우스 레지던스'가 대표 사례로 꼽힌다.

다만 경제성 확보는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현재 모듈러 공법의 공사비는 일반 공법보다 약 30% 높다. 정부 재정 지원 여부와 분양가 반영 방식에 따라 입주자의 대출 상환 부담이 월 11만∼25만 원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별도 생산 시설이 필요한 만큼 충분한 발주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오히려 비용이 올라가는 구조적 딜레마도 있다. 싱가포르 건설청도 PPVC 적용 시 모듈 중량, 운송 경로, 현장 진입 여건, 크레인 배치, 적기 반입 일정 등을 설계 단계부터 제작사·시공사와 함께 검토하도록 안내한다. 생산시설이 현장과 멀수록 대형 모듈 운송이 어려워지고, 설치 시에는 크레인 양중 비용이 추가된다는 점도 사업성 판단의 핵심 변수다.

민간 기업들도 시장 선점을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도 모듈러 관련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GS건설은 2020년 인수한 폴란드 목조 모듈러 주택 전문 기업 단우드를 통해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 중이다. 스틸 모듈러의 경우 층간 구조 특성상 층간소음 저감 등 주거 성능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의왕초평·하남교산 고층 시범 사업은 이 공법의 품질과 비용 경쟁력, 공급 속도를 동시에 가늠할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국회에는 공공 발주 확대와 관련 기준 마련 등을 담은 '모듈러 건축 활성화 지원 특별법안'이 계류 중이다. 국토부는 최근 원구성이 마무리된 만큼 하반기 법안 심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공 발주 확대가 실질적인 규모의 경제와 민간 시장 확산으로 이어지려면 특별법 제정과 물류·인증 체계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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