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끝나는 대로 이사를 앞둔 세입자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가을 이사철이 본격화하는 시점에 전세 매물은 씨가 마르고 가격은 역대 최고치를 연달아 경신하면서, 집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의 발걸음이 갈 곳을 잃고 있다. 매물이 워낙 귀해 집을 제대로 둘러보지도 못한 채 일단 계약부터 서두르는 이른바 '노 룩(No Look)' 계약 현상까지 나타나는 상황이다.
전세 매물 부족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9월 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1만9904건으로 한 달 전(2만1146건)보다 5.9%, 1년 전(2만2966건)과 비교하면 12.8% 줄었다. 갭투자 제한과 다주택자 실거주 강화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 입주 물량 자체가 쪼그라든 탓이다. 올해 1~7월 서울 아파트 준공 물량은 1만7603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7% 급감했다.
전셋값 상승폭도 역대급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7억1178만원으로 최고치를 다시 썼다. 7월에 처음으로 7억원 선을 넘긴 데 이어 한 달 만에 720만원이 더 올랐다. 한국부동산원 기준으로도 올해 8월 말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7.18% 상승해,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1.45%)의 약 5배에 달한다. 9월 둘째 주 기준 누적 상승률은 이미 7.79%까지 올라섰다.
상승세는 서울 외곽과 강북권으로 번지고 있다. 성북구(11.89%), 노원구(10.92%), 성동구(9.21%), 도봉구(9.03%) 등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했던 지역의 전셋값 오름폭이 두드러진다. 서울 인접 경기 지역도 마찬가지여서, 지난해 1~8월 7.19% 하락했던 광명시 전셋값은 올해 같은 기간 11.66% 뛰었다.
거래 구조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8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7263건으로 전월보다 18% 줄었지만, 갱신 계약 비중은 58.9%로 전년 동기 대비 15.2%포인트 높아졌다. 전셋값이 오를수록 새 집을 구하기보다 기존 계약을 연장하는 세입자가 늘어나는 흐름이다. 나아가 향후 추가 가격 상승에 대비해 계약갱신청구권을 바로 쓰지 않고 아껴두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어, 단기적으로 시장 매물을 더욱 줄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월세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 1~7월 서울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 비중은 69.7%에 달하고,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62만원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근본적으로는 2020년 7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된 이후 임대차 계약 기간이 사실상 4년으로 늘어나면서 신규 전세 물량이 구조적으로 줄어든 것이 이번 전세난의 배경으로 꼽힌다. 여기에 수도권 대부분 지역으로 확대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강화로 전세대출 문턱마저 높아지면서 수급 불균형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KB부동산의 9월 전세가격전망지수는 120.5(수도권 129.7)로 전월 대비 소폭 올랐고, 수도권 전세수급지수는 180.1로 전세 대란 기준선에 바짝 근접해 있다. 가을 이사철 성수기가 절정을 향해 가는 지금, 특히 학군 수요가 몰리는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가격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향후 1년간 전셋값이 10%, 월세는 20% 각각 더 오를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