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7%대 상승률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름폭이 크게 확대됐다. 전세가격 상승세는 더 가팔라, 한국부동산원 기준 올해 누적 상승률이 7.61%로 전년 동기(1.59%)의 다섯 배에 육박한다. 주거비 부담이 저소득층을 넘어 중산층의 민생 현안으로 번지면서, 정부는 추석 연휴 전 이를 정면으로 겨냥한 '보편형 임대주택' 세부안을 내놓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0%대로 떨어지며 취임 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7월 넷째 주 이후 부동산 정책이 줄곧 국정 부정 평가 이유의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지역과 세대가 한자리에 모이는 추석 전에 부동산 민심을 다잡지 않으면 지지율이 추가로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이 이번 발표 시점을 결정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당정에 따르면 보편형 공공임대는 8·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신설된 새로운 임대 유형으로, 정부는 올해 3분기 안에 세부안을 공개하는 방향을 검토해왔다. 핵심 방향은 '저소득층 전용 저품질 주택'이라는 공공임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다. 입지·면적·마감재 등 상품성을 민간 분양주택 수준으로 끌어올려 중산층까지 실질적인 주거 선택지로 삼을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소득·자산 요건이 기존 통합공공임대에 비해 대폭 완화된다. 기존에는 우선공급 기준 월평균 소득이 중위소득 100% 이하(256만원), 총자산이 3억4500만원 이하여야 했다. 보편형 임대주택은 1인 가구 기준 월소득 중위 200% 이하(512만원), 총자산 5억원 이하를 기준으로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공급 규모는 총 3만6000가구로, 건설형 2만6000가구·매입형 5000가구·전세형 5000가구로 구성된다. 여기에 6조2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물량의 50% 이상은 무주택 청년에게 우선 배정되고, 나머지는 일반 무주택자와 중산층 가구에 공급할 계획이다.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로 주거비를 줄이고, 그 여력으로 종잣돈을 모아 자가 마련으로 이어지는 '주거 사다리' 기능을 기대하는 것이다.
건설형 주택은 50~84㎡ 중형 위주로 공급되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확보한 택지에서 내년부터 착공에 들어간다. 3기 신도시 가운데 남양주 왕숙 S-10블록, 인천 계양 AC2-1블록, 하남 교산 공공복합용지 등이 공급지로 예정돼 있으며, 이후 서울 도심 등 선호 입지에도 적극 공급할 방침이다. 입주 기간은 기본 6년이며, 출산 때마다 연장돼 최대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재정 동원의 폭도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청년을 단순히 시혜를 베푸는 대상이 아닌 국가 미래 경쟁력을 결정하는 전략적 투자처로 봐야 한다"며 역세권 중형 임대주택의 대폭 공급을 예고했다. 일시적으로 늘어난 세수를 미래 투자에 활용하기 위해 신설된 미래대응기금 일부를 보편형 임대주택 사업에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역세권에 중형 면적의 신축 주택을 건설한 뒤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를 유지하면, 단기 건설비 외에도 장기 운영에서 누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 내부에서도 주택도시기금과 미래대응기금을 확대 투입하는 등 재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공급 규모를 확대할수록 재정 부담이 커지는 구조적 딜레마가 과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