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보증금 2년새 3억 '껑충'…이사도 못 가는 서울 세입자들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계약 비중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임대차 계약 중 월세(보증부 월세·반전세 포함) 비중은 전년보다 6.2%포인트 증가한 70.5%로 집계됐다. 아파트 월세 비중도 50.8%로 절반을 돌파했다. 전세 보증금 급등과 대출 규제 강화가 맞물리면서 세입자들이 월세 시장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시내 부동산 매물 정보
ⓒ 뉴시스

이 같은 흐름은 수치로도 뚜렷하게 확인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서울 신규 아파트 월세 평균은 162만원 수준까지 올라섰다. 강북구·은평구 등 서울 외곽의 신축 대단지를 중심으로는 월세 300만원대 고가 계약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서울 아파트 월세 가격 상승률은 3.29%로 2015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로 나타난 바 있다.

월세 급등의 구조적 원인은 전세 매물 감소에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전년 동기 대비 18%가량 급감했다. 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 실거주 의무를 부여한 이후 임대차 매물이 더욱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서울 전셋값의 올해 누적 상승률은 5% 중반대로, 매매가격 상승률에 근접한 수준까지 올라선 상태다.

전세 매물 품귀가 심해지자 세입자들의 선택지는 크게 좁아졌다. 이미 계약갱신청구권을 소진한 세입자들은 집주인과 조건을 새로 협의하는 '합의 갱신'을 체결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최근 이 같은 합의 갱신 비중이 전체 갱신 계약의 절반에 이르렀으며, 그 중 88%는 보증금을 올려 재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성북구의 전용 84㎡ 아파트 전세가 2년 만에 5억원대에서 8억원대로 3억원 뛰어오른 사례처럼, 이미 갱신권을 쓴 세입자들은 시장 가격을 그대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한국자산관리연구원 고종완 원장은 "서울의 경우 전세 보증금이 1억원 오르면 월세는 50만원 정도 따라 오르는 구조"라며 "월세에 주로 거주하는 2030 청년층과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이른바 '전월세 지옥'이라고 불릴 만한 주거 대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의 분석에서도 합리적인 이주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세입자들이 법정 상한인 5%를 초과한 조건에서도 현 거주지를 유지하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적 공급 부족 우려도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신규 입주 물량이 감소 추세인 데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완료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서울 아파트 월세 상승률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전세 매물 감소와 수요 유입이 구조적으로 맞물리면서 전문가들은 정부가 계획한 주택 공급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까지 3~4년간 이 같은 전월세난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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