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셋값 상승률 작년의 5배…전세 공급 절벽, 강북발 전세난 장기화 우려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의 무게중심이 강북으로 이동하고 있다. 올해 서울 전셋값 상승률이 지난해의 4배를 훌쩍 넘어선 가운데, 그 상승 속도를 주도하는 것은 이미 가격 피로감이 쌓인 강남권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강북 외곽 지역들이다.

서울 한 부동산 게시판에 붙은 매매, 전세, 월세 매물 모습
ⓒ 뉴시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4일 기준으로 집계한 올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누적 상승률은 7.79%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6%에 비하면 4.7배에 달하는 수치다. 강북권의 오름세가 특히 두드러진다. 성북구는 12.84%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노원구(12.25%), 동대문구(8.43%)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강남구는 2.42%, 동남권 평균은 6.03%로 서울 전체 평균에도 못 미쳤다.

전셋값 급등은 실거래에서도 뚜렷이 확인된다.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클라시아 전용 84㎡는 지난달 15일 11억원에 신규 계약이 체결됐고, 같은 생활권의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전용 84㎡도 7월 1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길음뉴타운6단지(래미안) 전용 84㎡ 역시 지난 1월 7억원이었던 전셋값이 수개월 만에 8억원대로 올라섰다. 동대문구 청량리역 일대 한양수자인 그라시엘과 롯데캐슬스카이엘에서도 6~8월 사이 전용 84㎡ 기준 10억원 계약이 각각 2건씩 나왔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8억원대 초반이었던 동대문구 전셋값이 채 1년이 되지 않아 2억원 가까이 뛴 셈이다.

이 같은 급등 배경에는 공급 절벽이 있다. 동북권의 올해 신규 입주 단지는 761가구 규모의 청량리역 롯데캐슬 하이루체와 299가구의 도봉 아테라 정도에 그쳤다. 같은 기간 동남권에서는 래미안 트리니원(2091가구), 디에이치 방배(3064가구), 잠실 르엘(1865가구) 등 대형 단지 입주가 집중됐다. 서울 전체 입주 물량도 지난해 3만7103가구에서 올해 2만5281가구로 31.9% 감소했고, 내년에는 1만8682가구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전세 공급 부족이 구조적으로 고착화하는 흐름이다.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의 영향도 전세 시장을 압박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면서 대출 한도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중저가 단지로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는 매수인이 직접 거주해야 하는 실거주 의무가 수반되면서, 이전에 세입자가 있던 물건의 전세 매물이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구조도 형성되고 있다. 전세 공급 감소가 가격 상승을 추가로 부추기는 악순환이다.

월세 시장으로의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서울 임대차 계약 가운데 월세 비중은 70.5%로 1년 전보다 6.2%포인트 증가했다. 아파트 월세 비중도 50.8%로 절반을 처음 넘어섰으며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월세 시장으로 밀려나고, 그 여파가 강북 외곽 지역까지 번지고 있는 것이다.

성북구 길음뉴타운, 노원구 중계 학원가 일대는 자녀 교육을 이유로 거주지를 쉽게 옮기기 어려운 수요층이 밀집한 곳이다. 이들의 비이동성이 전세가 상승 압력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정부가 최근 전세 낀 매물에 대한 실거주 유예를 1년 연장하고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시장 상황을 반영한 조치다. 다만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는 한 강북권 전세 가격 상승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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