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기록적인 상승 구간에 접어들었다. 매매가가 이미 역대 최장 연속 상승 행진을 이어오는 가운데, 이제 전셋값까지 문재인 정부 때의 최고 기록을 돌파하며 임차 시장 전반의 가격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17일 발표한 9월 둘째 주(14일 기준) 주간 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17% 올랐다. 지난해 1월 셋째 주 상승 전환한 뒤 87주째 오름세가 이어졌다. 이는 박근혜 정부(2014년 6월 셋째 주~2017년 1월 둘째 주, 135주), 문 정부(2019년 7월 첫째 주~2022년 1월 셋째 주, 134주)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긴 연속 상승 기록이다.
주목할 점은 상승 속도다. 이번 상승 국면의 87주간 누적 상승률은 11.77%로, 문 정부의 134주 전체 누적 상승률(12.31%)에 이미 근접했다. 기간은 절반에 불과하지만 오름폭은 비슷한 수준에 도달한 셈이다. 자치구별로는 강남권과 외곽을 가리지 않고 고른 상승세가 나타났다. 87주 누적 상승률 기준으로 송파구(19.07%)가 선두를 달렸고, 강동구(17.07%), 성북구(15.44%), 노원구(15.33%), 광진구(14.31%) 순으로 뒤를 이었다.
전셋값 수준 자체도 역대 최고 구간에 진입했다.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3662만원으로, 이전 사상 최고였던 문 정부 말기인 2022년 1월(6억3424만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개별 단지 신고가도 속출하고 있다. 서초구 그랑자이 전용 119㎡는 이달 초 25억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고, 성북구 래미안길음센터피스 117㎡는 지난달 9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전셋값 급등의 구조적 배경으로는 공급 위축이 꼽힌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6262가구로, 지난해(3만7103가구)보다 약 56% 급감했다. 역세권·대단지 위주로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아실 집계 기준 서울 전세 매물은 올해 초 대비 30%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정부의 실거주 의무 강화 기조가 임대 공급을 옥죄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집주인에게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면서 시장에 나오는 전세 물건 자체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거주 중심의 정책 기조가 유지될수록 전세 공급자가 줄어드는 구조적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이미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매매와 전세 시장 모두 동시에 기록적인 상승 국면에 접어든 만큼,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거비 부담이 한층 가중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