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압구정도 못 넘은 벽…나인원한남, 국내 첫 '평당 2억 아파트' 등극

초고가 주택시장의 무게중심이 강남에서 용산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가 숫자로 확인됐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이 3.3㎡당 평균 매매 시세 2억원을 돌파하며 국내 아파트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썼다. 수십 년간 최고가 자리를 지켜온 반포·압구정·성수의 주요 단지들을 모두 제치고 세운 이 기록은, 규제나 금리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초고가 시장'이 독립된 리그로 자리 잡았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반포·압구정도 못 넘은 벽…나인원한남, 국내 첫 '평당 2억 아파트' 등극
ⓒ 나인원한남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9월 28일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 나인원한남의 3.3㎡당 평균 매매 시세는 2억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만 해도 1억6000만원대였던 시세가 꾸준히 올라 1억9800만~1억9900만원 구간을 유지하다 이번에 2억원 고지를 밟은 것이다. 부동산원 조사 기준으로 국내 아파트 단지의 평당 시세가 2억원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수치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경쟁 단지들과의 격차에 있다. 2억원 돌파의 의미를 가늠하려면 다른 초고가 단지의 현재 위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3.3㎡당 1억원 시대를 연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현재 1억5500만원 수준이고, 전용 84㎡(국민평형) 기준 70억원대 매매가를 최초로 기록한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는 1억8300만원대다. 압구정 재건축 단지 가운데 평당 시세가 가장 높은 현대14차도 1억9700만원으로 2억원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역시 1억9000만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나인원한남은 전용 207~273㎡(75~101평) 총 341가구 규모의 소형 고급 단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기록을 보면, 국내 아파트 시장에서 단일 거래 가격이 200억원을 넘은 사례는 2024년 처음 등장했고 현재까지 총 9건이다. 이 중 7건이 나인원한남에서 나왔다. 단지의 최고 실거래가는 올해 8월 기록된 263억원이다. 올해 6월에도 전용 273㎡가 250억원에 손바뀜되며 2026년 전국 아파트 거래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이처럼 나인원한남으로 초고가 거래가 집중되는 배경에는 단지의 희소성과 구별된 서비스 수준이 있다. 호텔식 관리 서비스와 폐쇄적 커뮤니티, 한강과 인접한 입지를 두루 갖춘 이 단지는 고액 자산가들의 '트로피 에셋'으로 기능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초고가 아파트 단지가 우수한 입지에 더해 프리미엄 커뮤니티와 서비스까지 갖추면서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자산 가치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록이 단순한 가격 경신을 넘어, 국내 주택시장을 보는 시각을 바꿔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고 설명한다. 지금까지는 강남 3구 대 비강남, 혹은 강남 대 강북 등의 이분법으로 시장을 나눠 봤다면, 이제는 일반·고가·초고가 시장으로 세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초고가 시장은 대출 규제나 금리 환경과 거의 무관하게 움직이는 별개의 시장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연세대 고준석 교수는 미국이나 런던처럼 국내에서도 초고가 시장이 일반 주택시장과 완전히 다른 논리로 움직이게 됐다고 진단하며, 정책적 관심은 초고가가 아닌 중산·서민층 시장에 집중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초고가 주택시장 내에서도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나인원한남을 비롯한 한남동 초고가 단지들의 매수자 중 30~40대 젊은 자산가, 이른바 '영리치'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스타트업 창업, 주식·코인 투자 성공, 콘텐츠 크리에이터 수익 등 다양한 경로로 단기간에 큰 자산을 축적한 이들이 은퇴 세대가 내놓는 한정된 매물을 집중적으로 흡수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전북 전주에 거주하는 20대가 나인원한남 전용 244㎡를 156억5000만원에 전액 현금으로 매입한 사례도 나왔다. 초고가 주택을 둘러싼 수요의 지리적·연령적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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