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빈집 4만 채·손실 1670억…119만 가구 더 짓는다는 정부

정부가 2030년까지 공적주택 119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며 공공임대주택 확대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예산에서 분양주택 지원금을 70% 감축하는 대신 임대주택 출자 예산을 182% 늘렸고, 내년 공공임대 공급 목표는 17만2000가구로 설정됐다. 민간 공급보다 공공 주도 임대를 주거 안정의 핵심 수단으로 삼겠다는 방향이 뚜렷하다.

LH 빈집 4만 채·손실 1670억…119만 가구 더 짓는다는 정부
ⓒ 한국경제

그런데 지금 이 시각에도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관리하는 공공임대주택 거의 4만 채가 비어 있다. 6일 황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LH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전체 관리 물량 97만6949가구 가운데 6개월 이상 공가 상태인 주택이 3만8681가구로, 공가율은 4%에 달한다. 이 가운데 1년 이상 장기 공가는 2만2464가구로 전체 공가의 절반(58.1%)을 넘어섰다.

손실 규모는 이미 상당하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1년 이상 장기 공가로 발생한 임대료 손실 누계액은 1670억3200만원이다. 연간 손실액은 2021년 270억원에서 2024년 405억원으로 꾸준히 불어났고, 2025년에도 398억원을 기록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연간 손실이 47.2% 증가한 셈이다. 여기에 빈집을 관리하는 데 드는 공가 관리비도 2024년에만 172억원이 지출됐고, 올해는 200억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청년과 신혼부부를 겨냥해 공급된 행복주택의 공가 문제가 두드러진다. 행복주택에서 발생한 임대료 손실은 5년간 443억원으로 전체 손실의 26%를 차지한다. 손실액 자체도 5년 새 2.1배가량 급증했다. 정작 청년 주거난을 해소하겠다며 지은 주택이 비어가고 있다는 역설이다. 유형별 전체 손실에서는 국민임대가 775억원(46.4%)으로 가장 크고, 공공임대 263억원(15.8%), 영구임대 196억원(11.8%) 순이었다.

지역별 편차도 심각하다. 경북의 경우 관리 대상 3만8359가구 가운데 공가가 2170가구로 공가율이 5.7%에 달해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돈다. 특히 3년 이상 장기 공가 비중이 17.9%로, 전국 평균 10.7%의 두 배 가까이에 이른다. 공가가 오래 방치될수록 시설 노후화와 유지 관리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빈집이 넘쳐나는 와중에도 입주를 기다리는 대기자는 8만1000명, 평균 대기 기간은 7개월 반이다. 수요가 없어서 비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노후화된 주택, 불리한 입지, 까다로운 입주 요건이 수요와 공급 사이를 막는 구조적 장벽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한준 LH 사장은 "과거 급격한 공급 과정에서 입지가 불리하거나 입주 요건이 까다로운 주택이 많아 공실이 발생했다"고 인정하며, 최소 평형 기준 상향과 입주 자격 완화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추진 중인 해법의 방향이 '공급 확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LH가 공공임대 한 가구를 공급할 때마다 떠안는 부채는 지난해 기준 2억8800만원으로, 2021년 대비 60.9% 급증했다. 공사비와 토지가격 상승이 정부 지원 증가 속도를 앞지른 결과다. LH의 부채는 올해 197조원에서 2030년 373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전체 공공기관 부채 증가분의 80%에 해당한다. 지난해 말 기준 공공임대주택 사업 운영손실은 이미 2조8311억원으로 전년 대비 55% 늘어난 상태다.

주택 전문가들은 전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데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단지별 공가 원인을 분석해 입주 자격 조정, 임대 조건 개선, 주택 유형 전환 등 맞춤형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미 지어진 집조차 채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 집을 더 짓는 것이 서민 주거 안정의 실질적 해법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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