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로 살며 주식 산다… 2030 자산 설계의 변화

1인가구 두 명 중 한 명이 월세로 사는 시대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올해 7월 발간한 '2026 한국 1인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1인가구의 주택 점유 형태에서 월세 비중은 48.8%로 가장 높았다. 2년 전보다 3.7%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반면 전세 비중은 같은 기간 6.6%포인트 줄었다. 주거 형태의 무게추가 월세 쪽으로 빠르게 기울고 있는 셈이다.

월세로 살며 주식 산다… 2030 자산 설계의 변화
ⓒ 연합뉴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극단적으로 벌어진 집값과 청년 자산 간 격차가 자리하고 있다. 국무조정실이 의뢰한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서 만 19~34세 청년 1만5098명의 평균 자산은 약 5012만 원, 평균 부채는 1637만 원으로 집계됐다. 취업 청년의 월평균 세전 소득은 266만 원 수준이었다. 반면 KB부동산 2026년 9월 집계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6억2469만 원에 달한다. 청년 개인 평균 자산의 약 32배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가 적용되더라도 계약금과 취득세, 이사 비용까지 감당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런 구조적 여건 속에서 청년들의 자산 운용 방식은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KB 보고서에서 1인가구 금융자산 포트폴리오상 예·적금 비중은 28.3%로 2년 전보다 7.8%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내외 주식·ETF 비중은 15.0%에서 21.1%로 6.1%포인트 상승했으며, 가상자산도 2.2%에서 3.5%로 늘었다. 자산을 맡기는 금융회사도 은행에서 증권사로 이동하는 추세다. 향후 1년 내 가입 의향이 가장 높은 금융상품으로 국내 주식·ETF(42.1%)가 꼽혔는데, 이는 2년 전보다 18.7%포인트 급증한 수치다.

집을 사지 않고 그 목돈을 주식이나 ETF에 분산 투자하는 방식을 택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이들에게 월세는 단순히 '남의 집에 사는 비용'이 아니다. 자산을 특정 부동산에 묶어두지 않고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치르는 일종의 기회비용으로 인식된다.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 비중을 조정하고, 필요할 때 일부 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보는 것이다. 주택 구입 시 따라오는 대출 원리금 상환, 취득세, 관리비 등 고정비용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물론 이 같은 선택이 언제나 유리한 것은 아니다. 주식과 ETF, 가상자산은 모두 시장 상황에 따라 손실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가상자산은 가격 변동성이 크다. 집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를 경우 자산 증식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또 월세 거주자 10명 중 1명(10.7%)은 월세를 제때 내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해, 주거비 부담이 실제로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투자보다 생활 환경 자체를 중시해 월세를 택하는 경우도 있다. 구입 가능한 낡고 좁은 집보다 임차하더라도 더 넓고 쾌적한 신축에 살겠다는 것이다. 직장과의 거리, 건물 연식, 면적, 주변 상권과 편의시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거지를 결정한다. 역세권 신축 오피스텔 선호 경향이 2030 청년 직장인들 사이에서 두드러지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고 가족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주택 소유보다 현재의 생활 만족도를 우선시하는 흐름도 강해지고 있다.

한편 월세에 살면서도 레버리지를 적극 활용하는 흐름도 포착된다. KB 보고서에 따르면 대출을 보유한 1인가구 중 '대출금으로 금융상품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34.0%로 2년 전보다 5.2%포인트 늘었다. 대출을 활용한 평균 투자금액은 약 3000만 원이었다. 경매를 통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주거용 또는 수익형 부동산을 매입한 뒤 임대수익을 얻거나 차익을 기대하는 방식도 이런 레버리지 전략 중 하나다. 다만 대출 활용 비중이 높을수록 금리 변동과 공실,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위험도 함께 커진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월세 거주자 모두가 자발적 선택을 한 것은 아니다. 국가데이터연구원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5'에 따르면 가구주가 39세 미만인 가구의 무주택 비율은 2015년 약 65.9%에서 2023년 약 73.2%로 상승했다.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현실적 벽에 부딪힌 청년들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이다. 청년 가구 절반(49.6%)은 평균 자산이 1000만 원 미만이며, 이마저도 상당 부분이 월세 보증금이다.

결국 청년층의 주거 선택은 더 이상 '사느냐, 사지 않느냐'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다. 한정된 소득과 자산을 어디에 배분하는가, 즉 주거비를 고정비로 안고 투자 여력을 남길 것인지, 대출을 일으켜 부동산 자산을 키울 것인지, 아니면 현재의 생활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인지가 핵심 질문이 됐다. '월급 모아 집 산다'는 공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것만이 정답이라는 인식은 분명히 옅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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