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안 발표를 기점으로 서울 아파트 거래는 급격히 위축됐다. 그러나 거래량 감소가 곧바로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매도자는 가격을 낮추려 하지 않고, 매수자는 추가 하락을 기다리는 팽팽한 대치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 8월 3일 세제개편안 발표 이전 4주(7월 6일~8월 2일) 동안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071건이었다. 그러나 발표 이후 4주(8월 3~30일)에는 3210건으로 36.7% 줄었다. 신고 해제된 거래는 분석에서 제외됐다.
가격대별로 보면 고가 주택일수록 감소폭이 컸다. 9억~15억원 구간은 1489건에서 863건으로 42.0% 줄었고, 25억원 이상 초고가 거래도 302건에서 178건으로 41.1% 감소했다. 6억~9억원 구간은 27.9%, 15억~25억원 구간은 34.9% 줄었다. 6억원 미만 아파트도 39.0% 감소해 고가 구간과 비교해 감소폭 면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고가 주택 거래가 집중적으로 빠지면서 전체 거래가격의 상위 5% 문턱은 29억원에서 26억2000만원으로 9.7% 낮아졌고, 실거래 중위가격은 9억원에서 8억7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 5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 이후 누적된 것이기도 하다.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 1월 5373건에서 5월 8962건까지 치솟은 뒤, 세 부담 증가 우려로 매물을 처분하려는 다주택자 수요가 몰린 영향을 받았다. 이후 양도세 중과 본격 시행과 세제개편 발표가 겹치면서 8월에는 2322건까지 급락했다.
그러나 표면적인 가격 통계 뒤에는 다른 현실이 존재한다. 세제개편 전후 4주 모두 거래 이력이 있는 동일 단지·동일 면적 975개 주택형의 거래 3391건을 추려 중간 거래가격을 비교한 결과, 가격 변동률 중윗값은 오히려 1.1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위가격이 낮아진 것은 고가 거래가 빠졌기 때문이지, 실제 거래된 아파트의 호가가 내려간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고가 아파트 시장 지표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KB부동산이 시세총액 상위 50개 단지를 추적하는 'KB선도아파트50지수'는 7월 99.2에서 8월 99.4로 올랐다가 9월 다시 99.2로 돌아왔고, '서울 시세총액 TOP20 지수'도 7월 98.4→8월 98.7→9월 98.4로 사실상 보합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거래는 얼어붙었지만 가격이 내리지 않는 배경에는 전월세 시장의 공급 부족이 자리한다. 강남권 고가 주택 시장은 전월세 매물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전세가격 상승 압력이 높은 상태다.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가격 조정이 일어날 수는 있지만 과거처럼 장기 하락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강남이 하락하려 해도 다른 지역 가격이 버티고 있는 한 낙폭을 키우기 어렵다는 구조적 분석이다.
전세 공급 위축 우려도 덧붙여진다.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올 1월 1만2374건에서 6월 8045건으로 35% 감소했고, 평균 전세 거래금액은 3월 이후 3개월 연속 상승해 6월에는 6억6294만원을 기록했다. 세제 강화로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의 임대 공급이 줄 경우 임대료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거래 급감이 아직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뿐 추가 조정 가능성은 열려 있다. 급매가 빨리 소화되는 만큼 그에 준하는 급매가 계속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시장 안팎에서 제기된다. 가을·겨울 서울 아파트 시장의 방향은 세제개편안 확정 시점과 통화당국의 추가 금리 결정, 그리고 가을 임대차 시장의 불안 정도에 달려 있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