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합산 공장 가동률이 2023년 대비 10%포인트가량 급락하면서 글로벌 생산 현장 전반에 걸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각사 사업보고서를 바탕으로 집계한 결과,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의 가동률은 각각 94.1%와 91.6%로 나타났다. 이는 사실상 풀가동 체제를 유지했던 2023년의 106.5%, 98.5%와 비교하면 현격히 낮아진 수치다. 양사를 합산한 평균 가동률은 같은 기간 103%에서 93%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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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결과는 생산 능력은 오히려 늘어난 반면 실제 판매량과 생산 실적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의 경우 연간 생산 능력이 375만 대 수준에서 409만 대까지 확대됐지만, 실제 생산량은 399만 대에서 385만 대 수준으로 약 15만 대 줄었다. 기아도 생산 능력을 311만 대 수준으로 늘렸음에도 실제 생산 실적은 285만 대에 그쳐 가동률이 94%에서 91%로 하락했다. 특히 현대차는 미국 등 핵심 시장에 생산 시설을 추가로 갖췄음에도 전체 판매량이 역성장하면서 미국과 브라질을 제외한 대부분의 권역에서 가동률 하강 곡선을 그렸다.
가동률 하락의 배경으로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소비 심리 냉각이 지목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럽의 산업가속화법(IAA) 등 자국 내 생산을 장려하는 각종 정책이 한국산 차량에 대한 수요 구조를 흔들었으며, 미국의 관세 부과 우려와 고금리 기조가 겹치면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전반의 수요가 위축됐다는 평가다. 지역별 편차도 뚜렷했다. 북미와 인도 시장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생산 실적을 유지한 반면, 유럽 시장에서의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현대차 체코·튀르키예 공장과 기아 슬로바키아 공장의 생산량은 각각 15~19% 이상 급감했는데, 이는 수요 감소에 더해 중국산 저가 전기차의 거센 공세에 따른 경쟁력 저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특정 지역 의존도가 높아지고 비주력 시장 판매가 크게 줄어드는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권역별 맞춤 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최근 주주서한에서 중국 20종, 유럽 5종, 인도 26종 등 주요 권역에 대규모 신차를 순차 투입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했다. 각 시장 소비자의 요구에 최적화된 제품 구성을 통해 판매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현대차 측은 아시아 신흥 시장과 중국 시장에서의 성장을 통해 지역 편중 구조를 해소하고 글로벌 다변화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결국 생산 능력 확대와 수요 회복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가동률 정상화의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