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전쟁으로 한때 5000선마저 위태롭던 코스피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7000포인트 시대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의 사상 최대 실적이 시장을 끌어올리는 가운데,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목표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며 한국 증시에 강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다만 미국·이란 협상 불확실성과 고유가 장기화, 신고가 부근의 과열 경계감은 여전히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18포인트(0.00%) 하락한 6475.63에 장을 마감했다.
앞서 중동발 전쟁의 여파로 코스피는 지난 3월 한 달간 19.08%나 급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 한마디에 지수가 롤러코스터를 타듯 요동쳤고,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 기대와 결렬 소식이 번갈아 전해지면서 하루 걸러 매수·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극단적인 변동성이 연출됐다.
그러나 시장의 무게중심은 점차 전쟁 리스크에서 국내 기업들의 실적 호재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지난 7일 잠정 실적을 공시한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33조원, 57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06%, 755.01% 급등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기록이다.
SK하이닉스도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영업이익 37조6103억원(전년 동기 대비 405%), 매출 52조5763억원(198%)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성적표를 써냈다.
신영증권 이상연 연구원은 "지정학 리스크 고조는 이미 새로운 변수가 아니라 반복적으로 가격에 반영된 이벤트에 가깝다"며 "글로벌 증시는 4월을 기점으로 모멘텀 및 펀더멘털 중심의 장세로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중동 전쟁 변수와 고유가 행방도 여전히 주가에 영향을 미칠 요소로 꼽힌다. 미래에셋증권 서상영 연구원은 "현재 시장은 미국과 이란의 휴전 타결 가능성과 기업 실적에 주목하고 있는데, 갑작스러운 유가 급등은 미·이란 충돌 우려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외 증권사들의 코스피 목표치도 잇달아 상향되고 있다. 현대차증권과 KB증권은 7500선을, 하나증권은 7870선을 각각 제시했다. 하나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6.7배로, 2년 이상 연속 순이익이 증가하는 연도의 PER 고점 평균인 12.1배를 감안하면 코스피 장기 기대수익률은 43.1%, 고점은 7870포인트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0일 보고서를 통해 코스피 12개월 목표치를 기존 7000에서 8000으로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 아시아태평양 전략가 티모시 모는 "이달 코스피 선행 PER은 약 7.5배로 과거 평균 대비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며 "코스피가 고점에 도달했을 때 평균 PER이 10배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밸류에이션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일본계 투자은행 노무라증권은 미국·이란 전쟁 발발 전인 지난 2월 말 코스피 상반기 목표치를 7500~8000선으로 대폭 상향한 바 있다. 일반 메모리 및 HBM 슈퍼사이클, AI 인프라 체인과 방산 업종의 이익 강세를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JP모건도 지난 17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코스피 기본 시나리오를 7000, 강세장 시나리오를 8500으로 제시하며 반도체 업황 호조와 외국인 매수 복귀 등을 긍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독특한 백발 외모로 '월가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리는 베테랑 트레이더 피터 터크먼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이란 전쟁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끝났으며, 남은 유일한 변수는 유가뿐"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월가에는 '거리에 피가 낭자할 때가 매수할 때'라는 격언이 있다"며 "시장은 전쟁 전의 불안을 싫어하지만, 상황이 분명해지면 분석하고 대응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이 끝나면 시장은 훨씬 더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