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동조합의 파업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사측이 반도체 사업장 내 안전보호시설 유지가 법적 의무임을 강조하고, 전체 임직원의 약 5%에 해당하는 안전 관련 인력만큼은 파업 상황에서도 정상 근무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최근 사내 게시판에 안전보호시설 유지·운영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공지문을 올렸다. 사측은 노조의 단체행동권을 존중하면서도, 유독성 가스와 화학물질을 대량으로 다루는 반도체 사업장의 특성상 안전시설 운영은 임직원과 지역사회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상 의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측이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배경에는 반도체 공정의 비가역적 특성이 있다. 반도체의 핵심 원재료인 웨이퍼는 공정 대기 한계시간을 넘기면 산패가 발생해 전량 폐기할 수밖에 없다. 생산 라인이 일단 멈추면 막대한 원자재 손실뿐 아니라 클린룸의 항온·항습 환경이 무너지면서 생산 설비에 복구가 불가능한 물리적 손상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전문가는 "현재 글로벌 웨이퍼 시장은 2030년까지 공급 부족이 예고된 상황"이라며 "단순한 경제적 손실에 그치지 않고 고객사 납기 지연과 신뢰 하락으로 이어져 글로벌 공급망에 심각한 병목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과급 문제를 둘러싼 노사 간 입장차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조는 2026년 예상 영업이익을 근거로 영업이익의 15%, 40조원 이상에 달하는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사측은 반도체 실적은 단순 노동 투입의 결과가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150조원 규모의 연구개발 투자와 230조원의 시설 투자가 만들어낸 자본과 기술의 결실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최근의 실적 개선은 AI 수요 급증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등 외부 시장 환경의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이를 노동의 성과로만 귀속시켜 이익의 상당 부분을 배분하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 사측의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AI 반도체 주도권 확보를 위해 연간 110조원 이상의 역대 최대 규모 시설·R&D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라며 "노조의 단기적 성과 집착이 수십 년 투자의 결실에 무임승차하려는 시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조계 역시 최근 대법원 판결을 인용하며 경영성과급은 근로의 대가인 임금이 아니라 경영 성과의 사후적 분배에 해당하므로, 성과급 산정 방식이 쟁의행위의 정당한 목적이 되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수원지방법원에 노조의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국가 경제의 38%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을 볼모로 한 파업은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