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투자 열풍이 반도체 섹터의 변동성 확대로 흔들리는 가운데, ARK 인베스트의 캐시 우드(Cathie Wood) CEO가 서울을 찾아 AI 투자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반도체주 조정은 그동안의 급등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면서도, AI 트렌드가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을 바탕으로 여유 자금이 있다면 분할 매수를 이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드 대표는 국내 종목 가운데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특히 주목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기준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테슬라와의 협력 관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테슬라가 앞으로 반도체 수요 측면에서 거대한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해당 협력이 삼성전자에 상당한 호재가 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ARK 인베스트는 최근 AMD와 테라다인 등 고점에 도달한 반도체 종목의 차익을 실현하면서, 수직 계열화가 잘 갖춰진 클라우드 빅테크 기업들로 비중을 이동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현대차에 대해서는 자율주행 기업 웨이모와의 관계뿐 아니라 자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우드 대표는 이번 방한 전까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상장 검토 사실을 몰랐다면서, 상장이 실현된다면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재 ARK는 미국 시장에 상장되지 않았거나 ADR·GDR이 없는 종목은 매수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지분에 대한 풋옵션 행사 시한이 이달 다가오면서, 나스닥 상장 여부가 이르면 이달 중 결정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코스피 시장에 대해서는 반도체 주가와 사실상 같은 궤적을 그릴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반도체 사이클에서 코스피도 자유롭지 않다는 설명이다. 다만 무조건적인 보유보다는 유연한 운용을 주문했다. 주가가 크게 오른 시점에는 분할 매수와 수익 실현을 병행해야 하고, 그래야 주가가 하락했을 때 추가 매수에 나설 수 있는 현금과 심리적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포트폴리오 재편 방향에 대해서는 반도체 섹터에서 일부 차익을 실현하면서, 아마존·구글처럼 자체 칩을 설계하는 등 수직 계열화를 갖춘 클라우드 기업들과 코어위브(CoreWeave), 세레브라스(Cerebras) 같은 신흥 AI 인프라 기업들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ARK 인베스트는 통상 초대형주를 서둘러 매수하지 않지만, 이번만큼은 예외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금리 전망에 대해서도 시장 다수와 다른 시각을 내놨다. 일부에서 올해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으나, 우드 대표는 인플레이션이 놀라울 정도로 낮아질 것이고 미국 주택 시장은 여전히 극도로 취약한 침체 상태라고 진단했다. 올해 초 취임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생산성을 인플레이션 억제의 핵심 변수로 중시하고 있는 만큼, 생산성 향상이 유가 상승 등 물가 압력을 상쇄할 수 있다고 위원들을 설득할 경우 올해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게 우드 대표의 전망이다. 또한 워시 의장 취임 이후 금 가격이 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선 점도 주목할 지표로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