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늘 23일 개최하는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앞두고, 온라인 국민제안 게시판에 5000건 이상의 의견이 접수됐다. 서울 아파트 매매·전세가격이 7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금융·세제·공급 전반에 걸쳐 실수요자들의 요구가 분출하는 양상이다.
22일 정부 부동산 토론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35분 기준 총 5008건의 정책 제안이 등록됐다. 분야별로는 주택금융이 2118건으로 가장 많았고, 주택공급·규제 1492건, 부동산 세제 1238건 순으로 뒤를 이었다. 토론회 개최 전날까지 제안 건수가 급증하면서 이번 토론회에 대한 국민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제안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매도자 근저당' 방식의 제도적 기준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소재 자택을 29억원에 매각하면서 매수자에게 17억7000만원 규모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실이 알려지자, 이 거래 방식의 합법성과 활용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불붙은 것이다. 매도자 근저당은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매매대금 일부를 빌려주고 해당 주택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거래 구조로, 금융기관 대출이 여의치 않은 경우 실거래에서 활용되곤 한다.
제안자들은 이 방식이 토지거래허가 과정에서 불이익의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대통령도 활용한 적법한 거래 방식인 만큼 토지거래허가 심사에서 거절 사유로 삼아선 안 되며,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공문으로 제시해달라"는 요구가 대표적이다. 나아가 현행 세법상 일반 매수인과의 거래에만 허용되는 매도자 근저당 방식을 특수관계인 간 주택 매매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개정해달라는 의견도 이어지고 있다.
주택금융 분야에서는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층의 대출 규제 완화 요구가 집중됐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소득과 상환 능력이 충분한 청년층의 내 집 마련 기회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나 청년 실수요자에게는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최대 40년까지 유연하게 적용해달라는 제안도 나왔다. 또한 이미 주택을 계약한 실수요자가 금융사별 총량 한도 소진으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예외 조항을 마련해달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주택공급·규제 분야에서는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와 공급 속도 제고에 대한 요구가 쏟아졌다. 용적률 상향, 역세권 고밀 개발 확대, 통합심의 의무화 등을 통해 인허가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제안이 잇따랐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사실상 이중과세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거듭 등장했다. 8년간 거주하며 단지 형성에 기여한 뉴스테이 임차인에게 '이익공유형 분양전환'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눈길을 끌었다.
부동산 세제 분야에서는 1주택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보유세 인상에 반대하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은퇴 이후 소득이 줄어든 고령층에게 보유세 인상이 과중한 부담이 될 수 있으며, 초고령사회에서 이는 사회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정부는 접수된 국민 제안 중 주요 의견을 선별해 23일 토론회 안건으로 상정할 계획이다. 토론회에서 부동산 보유세와 거래세 개편, 대출 규제 조정, 주택 공급 방식 전반이 논의될 예정인 가운데, 이번 토론회가 규제 완화보다는 기존 정책 기조를 설명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제한적 보완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