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곽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품귀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실수요자들이 중저가 지역으로 몰리면서 노원·도봉·강북구 등 노도강 일대의 전세가율이 6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매매가 상승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강북구 아파트 전세가율은 63.48%를 기록했다. 2019년 12월(63.57%) 이후 6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도봉구도 60.02%로 2020년 1월(60.30%) 이후 6년 4개월 만에 60%선을 넘어섰고, 노원구는 55.57%로 2020년 4월(55.65%)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구로구(58.6%), 금천구(62.8%), 중랑구(62.9%) 등 서울 외곽 자치구들도 일제히 60% 안팎의 높은 전세가율을 나타냈다.
이 같은 수치는 전셋값 상승세가 가팔랐던 문재인 정부 시절 수준에 근접한 것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지난 3월 기준 52.1%로, 약 1년 만에 반등세를 보인 가운데 지역별 편차는 한층 벌어지는 양상이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가 여전히 40%대 중후반에 머무르는 것과 달리, 노도강 지역은 이미 60%선을 돌파해 격차가 커지고 있다.
전세가율 상승의 직접적인 배경은 임대차 매물 급감이다. 12일 기준 강북구 아파트 전세 매물은 77건으로, 반년 전(138건)과 비교해 44% 줄었다. 노원구는 같은 기간 697건에서 248건으로 63% 급감했으며, 도봉구 역시 339건에서 174건으로 49% 감소했다. 10억 원 이하 거래 비중이 높은 이들 지역에 실거주 목적의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기존 임차인이 빠져나간 자리를 새 전세 매물이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구조도 임차 수요를 응집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거주자들이 많은 이 지역에서는 매매 대신 전세나 월세를 택하는 경우가 많아 임차 수요가 빠지지 않는 구조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전세가율이 60~70%선에 진입하면 매매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고 본다. 매매가격의 하방을 지지하는 전셋값이 계속 오를 경우, 결국 매매가격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는 논리다. 매물이 풍부하면 상승폭이 제한될 수 있지만, 현재 노도강 지역은 전세와 매매 모두 매물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가격 상방 여지가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세가율 30~40%대는 투자 수요가 우세한 시장을 뜻하지만, 60~70%대는 실수요가 주도하는 시장으로 해석되는데, 현재 노도강은 실수요자들이 직접 가격을 끌어올리는 국면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현재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는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갭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한 환경인 만큼, 전세가율 상승이 과거처럼 매매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중저가 지역일수록 실수요자의 가격 접근성이 높고 매물이 적어 임대차 시장이 더욱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변수로 남는다.
정부는 이 같은 전세 시장 불안의 구조적 원인으로 공급 감소를 지목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이 착공 감소로 이어졌고, 전세사기 여파로 임차인의 월세 선호가 뚜렷해지면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갭투기 방지와 전세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단기 공급 확대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