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급심 해석 틀렸을 수도"…항소법원, "트럼프 10% 관세 유지"

대통령의 무역 권한 범위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새 국면을 맞았다. 미 연방순회항소법원은 11일(현지시간)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트럼프 행정부의 10% 글로벌 관세를 위법이라고 판단한 연방국제통상법원(CIT) 판결의 집행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 현행 관세 체제는 유지된다.

미국 워싱턴 대법원 전경
ⓒ 더구루(THE GURU)

이번 결정의 핵심은 법원이 단순히 절차적 판단에 그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항소법원은 결정문에서 하급심의 법률 해석이 잘못됐을 수 있다는 정부 측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고 명시하며, 정부가 본안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공개적으로 판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두고 "항소법원이 무역법원의 판단이 잘못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법원은 관세 징수를 당장 중단할 경우 연방정부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들었다. 최종적으로 위법 판결이 확정되면 납부 관세 환급이 가능하지만, 반대로 관세를 중단했다가 정부가 항소심에서 이길 경우 발생하는 손해는 되돌리기 어렵다는 논리다. 통상 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할 때 법원은 항소인의 승소 가능성과 피해 규모를 함께 검토한다는 점에서, 법원이 두 조건 모두 트럼프 행정부에 유리하게 판단한 셈이다.

이번 소송의 배경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이 연방대법원에서 위법 판단을 받은 데서 시작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했던 상호관세가 대법원에서 무효화되자, 이를 대체하기 위해 무역법 122조를 활용해 지난 2월 24일부터 전 세계 수입품에 일괄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향신료 수입업체 버랩 앤드 배럴, 장난감 업체 베이직 펀, 워싱턴주 등이 위법 소송을 제기했고, 연방국제통상법원은 지난달 7일 국제수지와 무역적자는 본질적으로 다른 개념이라며 해당 관세를 무효화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튿날 곧바로 항소에 나섰으며, 항소법원은 지난달 12일 1심 판결의 집행을 일시 정지한 데 이어 이번에 그 기간을 연장한 것이다.

항소심의 핵심 쟁점은 무역법 122조의 적용 범위다. 이 조항은 대통령이 '근본적인 국제수지 문제'를 이유로 최대 150일 동안 15% 이하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가 국제수지 문제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원고 측은 해당 조항이 외환위기나 국제수지 위기 같은 급격한 비상 상황을 상정한 것으로, 수십 년간 지속된 만성적 무역적자에는 적용될 수 없다고 반박한다.

AP통신은 이번 사건이 관세의 적법성을 넘어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항소심에서 최종 승소할 경우 무역적자를 이유로 한 행정부의 독자적 관세 부과에 새로운 선례가 만들어질 수 있다. 반대로 패소하면 행정부는 무역법 301조나 232조 등 기존 통상법 체계에 의존해야 한다.

다만 소송 결과와 무관하게 이번 10% 글로벌 관세는 오는 7월 24일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 무역법 122조는 최대 150일간만 긴급 관세를 허용하며, 연장을 위해서는 의회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122조 관세 만료 전에 무역법 301조를 활용하기 위한 강제노동 및 과잉생산 관련 조사를 마무리 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미 지난 2일 강제노동을 근거로 한 301조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한국산 제품에 대한 12.5% 관세 부과 방침을 예고했으며, 과잉생산을 이유로 한 별도의 301조 조사도 진행 중이다. 한국도 조사 대상국에 포함된 상태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기존 무역합의를 초과해 관세를 부과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으며, 무역합의상 한국의 대미 수출품 관세는 1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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