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수도권 집값·빚투 경고"…7월 금리 인상 초읽기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올라서고 근원물가 오름세도 2%대 중반으로 확대된 가운데,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멀지 않았음을 공개 석상에서 명확히 했다. 성장·물가·금융안정 세 가지 변수가 모두 통화 긴축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 핵심 근거다.

ⓒ 연합뉴스

신현송 총재는 12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창립 제76주년 기념식에서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28일 취임 후 첫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갈 길이 명확하다"며 하반기 인상 방침을 처음 예고한 데 이어, 이번 기념사에서 긴축 의지를 한층 구체화했다.

물가 진단이 이날 발언의 중심을 이뤘다. 신 총재는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진입한 점을 직접 언급하며, 생활물가가 소비자물가 전체 오름세를 웃돌고 있어 가계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급 충격의 파급 효과가 넓어지고 수요 측 물가 압력도 높아지면서 인플레이션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인 2%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정부의 물가안정대책이 일부 완충 역할을 하겠지만, 하방 요인보다 상방 압력이 우세하다는 판단이다.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신 총재는 "물가 상승 부담은 저소득층에서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선제적 물가안정 노력은 이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것을 막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이 기업·가계의 채무상환 부담을 높이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선별적 지원은 재정정책을 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며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역할 분담을 분명히 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경고도 이어졌다. 수도권 주택 매매 및 전월세 가격이 높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고 추가 상승 기대까지 다시 높아진 상황을 신 총재는 우려스럽게 바라봤다. 최근 주가 반등과 함께 증가한 빚투(빚내서 투자) 현상에 대해서도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는 가격 조정 시 개인 손익에 큰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율 전망과 관련해서는 원화 가치의 점진적 안정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상수지 대규모 흑자가 기업 납세와 국내 투자 확대를 통해 원화 수요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서서히 균형을 찾아갈 것이라는 시장 시각을 소개한 것이다. 신 총재는 당초 원고에 담았던 '중동 사태 영향으로 환율 변동성이 지속될 경우 수입물가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표현 대신, 원화의 '기초 가치'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즉석에서 발언을 수정해 눈길을 끌었다.

경제 성장과 구조적 과제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반도체 경기 호조와 내수 회복에 힘입어 견조한 성장세가 이어지겠지만, 성장의 IT 부문 의존도가 높아 부문 간 격차가 여전하다는 점을 신 총재는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이어 지역·세대·계층 간 양극화 완화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확충된 재정 여력과 기업 재무 여건을 활용해 미래 성장 잠재력 제고를 위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햇볕이 비칠 때 지붕을 고쳐야 한다'는 서양 속담을 인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AI 기술 발전 등으로 글로벌 경제 환경이 급변하는 지금이 미래를 준비할 최적의 시점이라는 점을 신 총재는 거듭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발언이 7월 금통위에서의 인상 가능성을 사실상 예고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2.50%로, 한은이 하반기 중 두 차례 이상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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