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서울 평균 18.6% 오른 가운데 치러진 6·3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5선 고지를 밟으면서, 이재명 정부가 추진해온 부동산 세제 개편 작업이 중대한 기로에 섰다. 특히 강남3구(24.7%)와 한강벨트 지역(23.1%)의 공시가 상승률이 두드러진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세 부담 강화보다 공급 확대 쪽으로 표심을 기울인 것으로 해석되면서, 정부 내 세제 논의에도 적지 않은 변수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선거에서 주목할 대목은 오 시장이 강남3구와 용산구 등 전통 보수 강세 지역을 넘어 강동·광진·양천·영등포 등 한강변 지역에서도 우위를 점했다는 점이다. 방송 3사 출구조사 기준으로 20·30대 지지율도 과반을 기록했다. 민주당 우세 지역으로 분류되던 노원·도봉·성북에서조차 오 시장이 45% 안팎의 득표율을 끌어낸 것은, 세대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부동산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오 시장은 선거 기간 신속통합기획 확대를 통해 2031년까지 31만 가구 착공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서울 외곽까지 전셋값 상승세가 번지는 상황에서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와 공급 확대를 중심에 놓은 공약이 청년층과 실수요자의 표심을 끌어당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이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전세 품귀가 심화된 것도 이러한 흐름에 힘을 보탰다.
이 같은 선거 결과는 이재명 정부가 올 하반기 발표를 앞둔 부동산 세제 개편안에 직접적인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재정경제부는 이르면 이달 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세법개정의 큰 방향을 제시하고, 다음 달 말 구체적인 개편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연구 범위에는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 정비, 보유세 체계 개편, 공시가격 제도 개선, 초고가 주택 과세 체계 점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부동산 세제 정상화와 과세 형평성 강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지난 3월에는 해외 주요 도시와 한국의 주택 보유세를 비교한 기사를 직접 공유하며 보유세 논의에 불을 지폈다.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로 OECD 국가 평균(0.33%)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4월에는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 중 '거주하지 않고 오래 보유한 것'에 대한 공제 혜택이 정당한지를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하며 시장에 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를 계기로, 전면적인 과세 강화보다는 실수요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부동산 세제 강화 가능성이 반복적으로 언급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측면이 있는 데다, 오 시장을 선택한 서울 민심이 세 부담 증가에 대한 거부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셈이기 때문이다. 비거주 1주택자 장특공 정비나 초고가 주택 과세 강화가 검토되더라도 일반 실수요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번 선거 결과를 감안하면 장기 보유 1주택자 등 실수요자의 세 부담을 낮추는 보완책이 함께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기존에 살펴보던 것들을 그대로 보고 있다"며 "정치와는 관계없이 세제를 합리화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다만 서울시장 선거라는 정치적 이벤트가 세제 개편의 속도와 강도 조절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은 정부 안팎에서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