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주도해온 코스피 상승 흐름이 고환율·고금리·고유가의 삼중 압박에 속도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형국이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야간 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주간 종가(1539.1원)보다 19.9원 오른 1559.0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한때 1561.5원까지 고점을 높이며 2009년 3월 이후 17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찍었다. 미국 고용지표 호조에 따른 달러 강세가 재부각된 데다, 외국인 주식 순매도와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한 위험 회피 심리가 겹친 결과다.
이 같은 환율 급등세는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내놓은 6월 금융시장 전망과도 맞닿아 있다. 연구소는 이달 발간한 '6월 금융시장 브리프'에서 원·달러 환율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내 금리 동결 가능성, 중동 종전 협상 교착, 엔화 약세 지속 등의 영향으로 1500원 안팎의 높은 박스권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환율은 이 전망치를 빠르게 웃돌고 있다.
연구소는 기준금리 전망도 대폭 상향 조정했다. 지난달 28일 한국은행이 성장·물가 수정 전망을 발표하고 금융통화위원회가 인상 시그널을 명확히 한 점을 반영해, 올 하반기 두 차례(연 2.50%→3.00%) 인상에 이어 내년 상반기 두 차례를 추가해 최종금리 3.50% 도달을 예상했다. 연말 한 차례 인상(2.75%)에 그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완전히 뒤집은 것으로, 금통위원들의 6개월 이내 금리 전망 중간값이 '동결'에서 '2회 인상'으로 높아지고 인하 전망이 모두 사라진 점이 근거로 작용했다. 이 같은 전망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예측 중간값(2026년 말 3.00%, 2027년 말 3.50%)과도 유사한 수준이다.
증시는 반도체 업황 기대감을 등에 업고 상승 랠리를 이어가겠지만, 상승 속도는 꺾일 것으로 관측된다. 연구소는 5월 말 8476이었던 코스피가 6월 말 8800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한미 중앙은행의 매파적 기조가 선반영되면서 3.65~3.85% 사이에서 횡보할 것으로 보이며, 6월 말 기준치로 3.75%가 제시됐다.
미 연준은 오는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상단 3.75%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점도표와 경제전망을 통해 연내 인하 가능성을 낮추는 매파적 입장을 시사할 것이란 전망도 뒤따른다.
더 가파른 금리 인상 경로가 펼쳐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반도체 초호황이 장기화하고 중동 분쟁 이후에도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GDP 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 전망치를 크게 웃돌며 인상 사이클이 2008년·2022년처럼 매우 가팔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최종금리는 3.50%를 상회하고, 향후 2년간 시장금리도 현재보다 크게 높아질 수 있다고 연구소는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