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새 6배 이상 불어난 전세자금대출이 이제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며 금리 인상 압력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66조6000억원으로, 10년 전과 비교해 6배 이상 급증했다. 이 같은 규모가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쏠림을 부추겼다는 문제의식이 정책 당국 안팎에서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출 금리마저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세자금대출을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직접 지목했다. 은행들이 과도하게 전세대출을 공급하면서 자금이 부동산으로 집중됐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만큼, 금융권에서는 전세대출 한도 축소와 추가 금리 인상이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2년 만기 전세대출 금리는 이날 기준 연 4.11~6.71%로 집계됐다. 전월 말 3.77~6.27%에 비해 하단은 0.34%포인트, 상단은 0.44%포인트 각각 올랐다. 변동형(6·12개월) 전세대출 금리도 연 3.15~5.85%를 기록하며 6%대 진입을 목전에 뒀다.
금리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은 시장금리 급등이다. 전세대출 금리 산정의 준거가 되는 금융채(무보증·AAA) 5년물 금리는 전일 기준 4.394%로, 지난해 말(3.499%) 대비 0.895%포인트 뛰었다. 변동형 전세대출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역시 4월 기준 2.89%로 전월보다 0.08%포인트 상승했다.
주담대 금리가 8%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전세대출 금리마저 올라 취약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특히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이후 수도권 전세난과 가계대출 축소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이나, 남아 있는 차주들이 체감하는 금리 부담은 되레 높아지는 역설적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 속에 한국은행이 통화긴축 전환을 시사하면서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가 겹치고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금융채와 코픽스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중동 지역 불안 등 대외 리스크까지 시장금리에 반영되면서 금융권은 "기준금리 인상과 전세대출 규제 논의가 맞물리면 당분간 대출 금리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입장에서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대통령이 직접 전세대출 문제를 공개 지적한 이상,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대출 확대에 적극 나서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전세자금대출이 포함돼 있어 한도 축소와 금리 인상의 여지가 동시에 열려 있다는 점도 차주들의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