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차기 팹 후보지, 국내·해외 모두 열어놔…최태원 "인프라 갖춘 곳이면 어디든"

인공지능(AI) 수요 급팽창이 반도체 업계의 투자 시계를 앞당기고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완공이 채 이뤄지기도 전에, SK그룹은 이미 그 다음 생산거점을 어디에 둘지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SK하이닉스 차기 팹 후보지, 국내·해외 모두 열어놔…최태원 "인프라 갖춘 곳이면 어디든"
ⓒ 최태원 회장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닛케이포럼 참석 직후 특파원단과 만나 "AI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 용인 팹 건설 계획이 빨라졌으며, 용인의 반도체 팹 4기 구축이 모두 끝나면 어딘가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 일정 규모 이상의 수요 증가가 가시화된 만큼, 차기 생산거점 확보 논의를 미룰 수 없다는 취지다.

이날 최 회장이 특히 주목받은 것은 해외 입지 가능성을 직접 거론했다는 점이다. 그는 "한국에서 공장 건설이 여의치 않으면 해외에 지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무조건 한국에만 짓겠다는 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사나 특정 국가가 이익 제공을 조건으로 요구를 해올 경우, 이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입지를 결정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차기 공장 후보지 선정의 핵심 기준으로는 전력·부지·인력·용수 등 기반 인프라를 꼽았다. 최 회장은 "전력도, 땅도, 사람도, 물도 다 갖춰져야 공장을 지을 수 있다"며 인프라가 충족되는 곳이라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검토 대상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정치권과 정부 일각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호남·충청권 신규 투자 가능성이 거론되는 시점과 맞물려 주목된다. 이달 말 청와대에서 재계 총수 초청 간담회가 예정된 가운데, 반도체 추가 투자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구상이 나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측은 지방 투자 관련 보도에 대해 "정해진 바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청주를 AI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로 전환하는 작업을 병행 중이다. 약 20조원이 투입된 청주 M15X 신공장이 올해 4월부터 가동에 돌입했고, 인근에 약 19조원 규모의 패키징 팹 P&T7도 같은 달 착공해 2027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 회장은 앞서 대만 컴퓨텍스 2026 행사에서도 "메모리 병목 현상이 2030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향후 5년 안에 웨이퍼 생산능력을 두 배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 회장은 최근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의 협력 성과에 대해서도 "AI 생태계 확대를 위해 더 많은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한일 경제협력과 관련해서는 반도체·AI·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양국이 글로벌 산업 질서의 규범을 주도하는 주체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최 회장은 반도체 초과이익 배분 논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해관계자에는 주주뿐 아니라 임직원, 사업 파트너, 넓게는 국민 전체도 포함된다"면서 "행복을 나누는 방법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룰이 정해지면 그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주 인기 글

NEWS

댓글 쓰기

💬 욕설 및 비방, 홍보성 댓글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됩니다.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