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1년 새 44% 줄고 '신고가' 행진…6년 4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6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주간 상승률을 기록하며 곳곳에서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전세 매물이 빠르게 줄고 각종 부동산 규제의 영향이 겹치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으며, 아파트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오피스텔·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으로 이동하는 흐름도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2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월 셋째 주(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22% 올랐다. 직전 주 상승률 0.17%에서 오름폭이 더 커진 것으로, 2019년 12월 넷째 주 이후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이다. 전셋값 상승 폭은 같은 기간 매매가 상승 폭의 두 배를 넘어섰다.

매물 감소세도 가파르다. 현재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약 1만 5000건으로, 1년 전 2만 7000건과 비교하면 44% 줄었다. 특히 성북구는 같은 기간 1131건에서 161건으로 85.8% 급감해 매물 가뭄이 극심하다. 노원구도 전세 매물이 80% 이상 줄었고, 도봉구·강북구 역시 60~70%대 감소율을 보이며 강북권 전반이 전세 품귀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1년 새 44% 줄고 신고가 행진…6년 4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
ⓒ 연합뉴스

상승세가 두드러진 성북구의 경우, 이번 주 전세가격이 0.39% 오르며 송파구와 함께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성북구 장위동 '꿈의숲아이파크' 전용 84㎡는 이달 초 8억 9000만 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고, 길음동 '롯데캐슬클라시아' 전용 59㎡도 7억 5000만 원에 신고가를 새로 썼다. 인기 단지를 중심으로 전세 호가가 계속 높아지면서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최고가를 갈아치우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청년·신혼부부 수요가 많은 노원·도봉·강북 등 이른바 '노도강' 지역에서는 전세 누적 상승률이 3%대 중반까지 올랐다. 매물은 줄고 가격은 오르면서 세입자들이 원하는 집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들어갈 수 있는 집을 찾아 헤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온다.

노원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임대인 입장에서는 실거주의무와 대출 규제 탓에 갭투자도 어렵고, 전세를 한 번 내놓으면 장기간 묶일 수 있다는 부담이 크다"며 "직접 거주하거나 월세로 전환하겠다는 집주인이 늘면서 전세 물건이 눈에 띄게 줄었고, 남은 매물에 수요가 몰려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실수요자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된 실거주의무·토지거래허가제가 오히려 전세 매물을 줄이고 가격 불안을 키우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세난의 여파는 비아파트 임대시장으로도 번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오피스텔 전세가격은 0.24% 상승해 큰 폭으로 올랐으며, 연립·다세대 전세가격 지수도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세입자들이 오피스텔·빌라로 이동하면서 전세난이 주택 유형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는 공사 기간이 짧은 '비주택 리모델링 매입임대주택' 사업 등을 추진하며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실제 물량이 시장에 풀려 효과를 발휘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공백 속에 실거주의무·토지거래허가제·계약갱신청구권 등의 규제가 전세 공급을 추가로 제약하면서 전셋값 상승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은 "실수요자를 보호하려는 취지의 규제가 의도와 달리 전세 매물 감소와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며 "입주 공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전세 중심의 주거 불안은 당분간 더 심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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