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가뭄이 매매 불꽃으로…서울 전세 주간 상승폭 10년8개월 만에 최대, 매매 신고가 갱신 속출

전·월세 공급 감소와 대출 한도 제한이 맞물리며 서울 중저가 아파트와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 일대에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 결과 서울 25개 자치구 중 18곳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형성된 최고가를 이미 넘어섰으며, 전셋값 주간 상승폭도 10년 8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세 가뭄이 매매 불꽃으로…서울 전셋값 주간 상승폭 10년8개월 만에 최대, 서울 72% 구역 신고가
ⓒ 부동산R114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들어 4.1% 오른 데 이어, 지난 8일까지 한 주 동안 0.32% 상승하며 2015년 10월 이후 가장 가파른 주간 오름세를 나타냈다. 임차 시장에서 물량이 줄자 세입자들이 매매로 돌아서는 흐름이 뚜렷해졌고, 최대 6억원으로 묶인 대출 한도가 중저가 단지로 수요를 집중시키는 구조적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서울 성북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05.37을 기록해 2021년 12월 말에 형성된 종전 최고치(105.04)를 4년 5개월 만에 경신했다. 구로구도 같은 주 100.2%로 전고점을 돌파했다. 올해 들어 새롭게 역대 최고가를 넘어선 서울 자치구는 강서·서대문·동대문·종로·중·구로·성북구 등 7곳이다. 여기에 이미 고점을 웃돈 강남권과 한강 벨트 11곳을 더하면 전체 25개 구의 72%인 18곳이 최고가 행진 중이다. 관악구도 전고점 대비 99%까지 회복해 합류가 임박했다.

개별 단지에서도 4년여 만의 신고가 거래가 이어진다. 강서구 화곡동 우장산 롯데캐슬 전용 117㎡는 최근 13억9000만원에 거래되며 2021년 8월 전고점(13억5000만원)을 4년 9개월 만에 넘어섰다.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 SK뷰 아이파크 전용 84㎡는 4년 8개월 만에 12억원대를 회복했다. 성북구 종암동 래미안크리시엘 전용 114㎡도 지난 6일 11억9000만원에 손바뀜해 2021년 9월 종전 최고가(11억8000만원)를 경신했다.

상승세는 경기도 남부로도 번졌다. 연초만 해도 전고점을 넘은 경기 지역은 성남 분당구와 과천 두 곳에 불과했지만, 올해 하남(103.6%), 성남 수정(102.2%), 용인 수지(101.8%), 안양 동안(100.9%) 등 4곳이 추가로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벨트가 매수세를 끌어당기는 구심점이 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안양 동안구(8.8%)와 용인 수지구(8.6%)의 올해 상승률은 서울 평균(4.2%)과 경기 평균(2.3%)을 크게 웃돈다. 경기 화성 동탄 지역도 5월 넷째 주 기준 전국 최고 주간 상승률(0.49%)을 기록하며 동탄역 인근 단지가 국민평형 최초로 2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셋값도 매매가 못지않게 뛰고 있다. 서울에서는 성동(105.3%)과 송파(100.3%)가 전세 전고점을 이미 넘어섰고, 광진(99.5%)·영등포(99.5%)·마포(97.4%)·노원(97.1%)·강동(97.1%) 등도 올해 2021년 수준을 웃돌 전망이다. 성북(6.7%), 노원(6.1%), 광진(5.9%), 성동(5.7%) 등 일부 자치구에서는 전셋값 상승률이 매매가 상승률에 맞먹는 속도로 치솟고 있다. 경기에서도 하남(99.4%), 안양 동안(99.0%), 성남 분당(97.9%) 등이 전세 전고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서울 중저가 지역과 경기 핵심 지역 집값이 2021년 전고점까지 오른 배경에는 전·월세난의 영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반면 수도권 외곽과 지방의 회복세는 더디다. 경기에서도 고양 일산서구(77.7%), 평택(78.7%), 김포(81.4%) 등은 전고점 회복이 지체되고 있다. 대구(73.0%), 부산(82.4%) 등 주요 지방 광역시도 전고점 대비 70~80%대에 머물러 지역 간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수도권 상승과 지방 약세가 동시에 진행되는 이 구도는 2024년 이후 심화되고 있는 선별적 상승장의 특징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현재의 상승 동력이 과거와 결이 다르다는 시각이 많다. 2021년 집값 급등이 초저금리와 임대차 2법에 따른 전세난, 신규 공급 부족이 겹친 결과였다면, 지금은 실수요 중심의 매수와 공급 부진이 맞물린 구도라는 것이다.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대기업 맞벌이 부부 등 구매 여력이 있는 30대가 선호하는 경기 남부 위주로 가격이 오르는 점이 과거 상승장과 다른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능력이 되는 실수요자가 매수에 나서고 있어 전고점을 넘었더라도 거품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점은 과열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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