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 이후 반포 일대 고가 아파트 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역설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세금 부담을 우려해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공급이 급감했고, 줄어든 매물 속에서 수요는 그대로 유지되자 오히려 거래가격이 전고점을 회복하거나 새 최고가를 경신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면적 133.95㎡(약 52평)가 지난달 23일 105억5000만원에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2024년 12월 기록한 최고가 106억원에 근접한 수준으로, 올해 들어 이 단지에서 처음으로 3.3㎡(평)당 2억원을 넘긴 거래이자 첫 100억원대 계약이다.
반포 일대의 신고가 행진은 래미안원베일리에서 그치지 않는다. 래미안원펜타스 전용 155㎡는 지난달 15일 85억5000만원에 손바뀜하며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다. 반포 원조 대장주로 꼽히는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도 지난달 19일 63억원에 거래돼 평당 2억원에 육박하는 신고가를 찍었다. 잠원동 신반포19차 전용 107㎡ 역시 같은 달 8일 40억5000만원으로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해 반포권에서 100억원을 넘긴 거래는 이번 래미안원베일리를 포함해 3월 래미안원펜타스 건까지 두 건이다.
이 같은 흐름은 지표에서도 뚜렷이 확인된다. 서초구 아파트값은 이재명 대통령의 다주택자·고가주택 겨냥 발언이 잇따랐던 올해 2월 넷째 주부터 하락세로 돌아서 4월 셋째 주까지 9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양도세 중과 시행 이후 매물이 소화되고 신규 출회가 줄어든 4월 마지막 주부터 반등에 성공한 뒤 6월 첫째 주(0.21%)까지 6주 연속 상승 중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를 '세제 역설'로 설명한다. 양도세 부담이 커질수록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거두는 경향이 강해져 공급이 오히려 줄어들고, 수요는 유지되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세 부담이 늘면 임대인이 임대료를 높여 보전하려 하고, 전월세 가격 상승은 다시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형성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1월부터 구두 개입을 통해 아파트값을 눌러놓지 않았으면 엄청 폭등했을 것"이라고 밝히며 고가주택·다주택에 대한 세 부담 강화 기조를 재확인했다. 7월 세제개편안을 통해 보유세나 양도세 추가 인상이 이뤄질 경우 강남권 부동산 시장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다만 세제 강화가 매물 잠김을 더욱 심화시킬 경우 가격 하락보다 강보합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시장에서는 우세하다.
한편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 대비 18.67% 뛰며 2007년, 2021년 이후 역대 세 번째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남 3구와 한강벨트는 20%를 웃도는 상승률을 보였으며,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84㎡의 올해 보유세는 지난해 1829만원에서 2855만원으로 1000만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공시가격 급등이 보유 부담을 키우고 있음에도 초고가 단지의 실거래가가 전고점을 탈환하는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전반적인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