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원룸 월세가 보증금 1000만원 기준으로 월 71만원을 넘어서며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이 한계에 다다른 가운데, 더 이상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임차인들이 수도권 중저가 아파트 매수로 눈을 돌리면서 외곽 집값까지 자극하는 연쇄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 3월 서울 전용면적 33㎡ 이하 연립·다세대 원룸의 평균 월세는 71만원(보증금 1000만원 환산 기준)으로 전월보다 5.2%, 4만원 뛰었다. 평균 전세 보증금은 2억1386만원으로 전월 대비 소폭(0.4%) 내렸지만, 2억원을 훌쩍 웃도는 수준은 변함이 없다.
구별로는 강남구 원룸 월세가 100만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서초·성동구(각 86만원), 용산구(84만원), 중랑구(82만원), 광진구(77만원), 동대문구(76만원), 강서구(72만원), 영등포구(71만원)가 뒤를 이었다. 전세 보증금은 서초구(2억6732만원)가 가장 높았고, 중구·강남구·광진구·동작구 순으로 나타났다.
월세 부담이 쌓이면서 집을 구하지 못한 청년 무주택 가구도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4년 기준 39세 이하 가구주 무주택 가구는 전국 361만2321가구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울 거주 무주택 청년 가구는 99만2856가구로 100만 가구 문턱까지 다가섰다. 서울 청년 5명 중 1명도 채 집을 갖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주거비 부담도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39세 이하 가구주의 월세 등 실제 주거비 지출은 21만4000원으로 2019년 통계 개편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으며,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1.9%로 두 자릿수로 되돌아섰다. 반면 월평균 소득 증가율은 0.9%에 머물렀고, 저축 여력을 보여주는 흑자액은 2.7% 줄어 전 연령대 가운데 유일하게 2분기 연속 감소했다. 월급을 받아도 방세를 내고 나면 손에 쥐는 것이 없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임대차 시장 불안이 결국 청년층의 '탈서울 매수'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해 2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누계 기준 전국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은 68.3%로 5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서울만 따지면 70.3%에 달하며, 서울 비아파트의 월세 비중은 79.7%까지 치솟았다. 전세 매물이 줄면서 신규 계약보다 갱신 계약 비중이 높아지고, 신규 임차인들이 전세를 구하지 못해 고가 월세를 감수하거나 아예 매수로 전환하는 흐름이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올해 1월 경기도 아파트 매매 거래 1만3934건 가운데 15.3%인 2137건이 서울 거주자의 매입이었다. 이는 지난해 월평균 13.3%에서 2%포인트 오른 수치다. 지역별로는 하남(39.0%), 광명(38.2%), 구리(26.6%), 의정부(26.5%) 등 서울과 인접한 비규제지역에서 서울 거주자의 유입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 같은 수요 이동은 수도권 중저가 아파트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4월 셋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5% 상승하며 63주 연속 오름세를 유지했다. 서울 외곽 중저가 지역이 상승을 주도하는 가운데, 성북구(0.39%), 노원구(0.32%), 강북구(0.30%) 등의 전셋값도 동반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부동산R114 분석에서도 동대문구(3.4%), 성북구(3.4%), 서대문구(3.4%), 영등포구(3.2%), 구로구(2.9%) 등 서울 중저가 외곽 지역의 매매가 상승률이 서울 평균(2.8%)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권에서는 화성 동탄(3.3%), 구리시(3.4%), 안양시(3.3%) 등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상승 흐름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월세 부담과 매매 전환 수요 간의 연쇄 고리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월세 매물 부족으로 인한 임차인들의 매수 전환 움직임과 함께 서울 중하위 지역 중심의 키 맞추기 현상이 경기권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2026년 서울 신규 입주 물량이 전년 대비 32% 줄어든 데다, 이후에도 공급이 더 감소할 예정이어서 임대차 시장 압박이 쉽사리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결국 감당하기 어려운 서울 월세가 청년층을 수도권 외곽 매매 시장으로 밀어내고, 그 수요가 다시 외곽 집값을 밀어 올리는 악순환이 자리를 잡아가는 형국이다. 주거비 부담에서 탈출하려 했던 청년들이 이번에는 상승하는 집값의 벽 앞에 서게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