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서도 뉴욕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월가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리는 베테랑 트레이더 피터 터크먼은 2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딩 플로어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이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더 이상 이란과 무관하다"고 단언했다.
이날 S&P500지수는 사상 최고치인 7137.90으로 거래를 마쳤고 나스닥종합지수도 함께 최고치를 경신했다. NYSE에서 1985년부터 트레이더로 일해온 터크먼은 독특한 백발과 풍부한 표정으로 증시 급변 때마다 외신 1면을 장식하며 'NYSE의 얼굴'로 자리 잡았다.
터크먼은 이란전쟁과 시장의 관계를 유가로 설명했다. 그는 "한동안 시장이 전쟁을 반영했고, 핵심은 유가였다"며 "유가가 배럴당 65달러에서 119달러까지 치솟고 한동안 110달러 위에 머물면서 시장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유가가 10달러 오를 때마다 국내총생산(GDP)에 1% 상당의 충격이 가해진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전쟁과 주식시장이 항상 강한 상관관계를 보여온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전쟁이 시장에 유독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유가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전쟁은 현재 휴전 연장을 거듭하며 여전히 불확실성 요인으로 남아 있다.
터크먼은 "월가에는 '거리에 피가 흐를 때가 매수 타이밍'이라는 격언이 있다"며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전쟁이 터지기 전의 불안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은 유가뿐이며, 우리 모두 이 대치가 언젠가는 끝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대치가 완전히 마무리되는 순간 시장은 지금보다 훨씬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터크먼은 이날 S&P500 7100 돌파를 기념해 제작된 모자를 꺼내 보이며 NYSE 특유의 문화도 소개했다. 다우지수나 S&P500이 주요 고점을 새로 쓸 때마다 이를 기념하는 모자를 만드는 전통인데, 그는 "반드시 종가로 해당 수치를 넘어선 뒤에야 모자를 쓴다"는 원칙을 설명했다. 과거에 실수한 적이 있다고도 털어놨다. "다우지수가 1만7999였을 때 1만8000 기념 모자를 미리 써버렸는데, 실제로 그 선을 넘는 데 1년이나 걸렸다"며 "거래소 안에서는 이걸 '모자의 저주'라고 부른다"고 웃어 보였다.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스페이스X의 상장에 대해서도 여유를 보였다. 그는 "NYSE에 상장될지 다른 거래소에 상장될지 몰라서 스페이스X IPO 기념 모자를 두 곳 모두용으로 미리 만들어뒀다"며 "우리는 언제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40년 가까이 현역을 지키는 비결로는 냉정함을 꼽았다. 그는 영화 '월스트리트'의 대사를 인용하며 "돈에 절대 감정을 섞지 말라"고 했다. "남의 돈을 큰 규모로 굴리는 일이 주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면서도 그것이 자신의 직업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아들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같은 플로어에서 트레이더로 일하고 있다. 터크먼은 "트레이딩은 주로 아들이 맡고 있는데, 하루 종일 티격태격하다가도 오후 4시 장 마감이 되면 다 끝난다"고 말했다. 그의 투자 철학은 간결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 무슨 일이 있든, 절대 화가 난 채로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