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에 밀린 내집마련… 생애최초 매수 12년 만에 최고, 대출 한도는 '역풍'

서울 아파트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전세 부담을 이기지 못한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대거 매수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달 서울 집합건물 매매거래에서 생애최초 매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며 12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가격 급등으로 주담대 한도가 줄어드는 단지가 속출해 매수 여건은 오히려 팍팍해지는 역설적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전세난에 밀린 내집마련… 생애최초 매수 12년 만에 최고, 대출 한도는 '역풍'
ⓒ 아주경제

배경에는 치솟는 전셋값이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2026년 4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6억 8,147만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중위 전세가격도 6억 원을 돌파했다. 공급 부족, 정비사업 이주 수요 증가, 1인 가구 확대 등이 맞물리면서 '전세 6억 시대'가 현실화한 것이다. 이처럼 전셋값이 매매가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자, 임차를 포기하고 직접 매수에 나서는 무주택자가 크게 늘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친 집합건물(아파트·연립·오피스텔 등) 1만 1,892건 가운데 생애최초 구입자는 5,973건으로 전체의 50.2%를 차지했다. 이는 2013년 12월(53.7%) 이후 12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비중이다. 생애최초 매수 비중은 지난해 10월 35%에서 시작해 11월 38.4%, 12월 42.2%, 올해 4월 43.8%로 꾸준히 올랐고, 지난달 드디어 절반을 넘어섰다.

생애최초 매수세는 서울 외곽의 중저가 단지에 집중됐다. 자치구별로는 노원구가 457건으로 가장 많았고 강서구(437건)가 그 뒤를 이었다. 1분기 기준으로 강서·노원·영등포·성북·구로 등 상대적으로 진입 가능한 가격대의 단지가 밀집한 지역에서 매수세가 두드러졌다. 연령별로는 30대가 3,383명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대출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생애최초 구입자의 경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최대 70%까지 적용받을 수 있어, 일반 무주택자 LTV(40%)보다 유리한 조건을 활용한 매수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매수 심리가 강해지는 사이 집값도 덩달아 뛰면서, 지난해 10·15 대책에서 설정한 주담대 한도 규제에 걸리는 단지가 속속 늘어나고 있다. 해당 대책은 수도권·규제지역의 시가 15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해 주담대 한도를 기존 6억 원에서 최대 4억 원으로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 영등포구 당산동1차효성 59㎡의 KB시세 일반평균가는 현재 15억 2,500만 원으로, 한 달 전 14억 원대와 비교해 주담대 가능 금액이 갑자기 2억 원 축소됐다. 1년 전만 해도 11억 원 후반~12억 원 초반에 거래되던 단지였다. 성동구 금호두산아파트 59㎡도 올해 1월 매매가 12억 5,000만 원에서 현재 KB시세 15억 4,500만 원으로 4개월 새 3억 원이 올랐고, 이에 따라 매수에 필요한 자기자본도 대출 한도 축소분을 포함해 5억 원 가까이 늘어났다.

동작구 사당우성2단지(1,080세대)도 최근 KB시세 기준 15억 원을 넘어섰다. 이 단지는 지난달 46㎡·59㎡·118㎡ 전 면적에서 신고가가 발생했으며, 59㎡의 KB시세 일반평균가는 1월 14억 7,500만 원에서 3월 15억 1,000만 원으로 상승하면서 최대 주담대 가능액이 2억 원 줄었다. 현재 동일 매물의 최저 호가는 16억 8,000만 원으로 시세를 더 웃돌고 있어, 연초 대비 매수에 필요한 자기자본은 약 3억 원 이상 늘어난 셈이다.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대출 한도 축소가 이뤄지면 대체 아파트를 찾는 수요가 생겨나면서 해당 단지의 거래가 한산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실거래 건수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한 경우 하방 경직성이 약할 수 있다며, 무리한 매수는 자제할 것을 조언했다. 서울 주택 시장이 생애최초 매수 수요라는 강한 상승 동력과 대출 규제 강화라는 제동 요인 사이에서 이중 압박을 받는 구도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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