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인 지난 18일 스타벅스코리아가 벌인 이른바 '탱크데이' 이벤트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19일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그룹 수장으로서 직접 고개를 숙였다.
정 회장은 사과문에서 "5·18 민주화운동 영령과 유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상처를 드렸다"며 "그룹을 대표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스타벅스코리아의 행사에 대해서는 '있어서도 안 되고 용납될 수도 없는 부적절한 마케팅'으로 규정하고,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신 모든 분의 고통과 희생을 가볍게 여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이 저에게 있음을 통감한다. 어떤 해명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고 거듭 사죄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공동체의 역사적 아픔에 대한 그룹 전체의 역사 인식과 감수성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의사결정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하겠다고 약속했다.
재발 방지 차원에서 정 회장은 자신을 포함한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역사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번 사태의 발생 경위와 내부 승인 절차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진행해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전 계열사의 마케팅 콘텐츠 검수 과정과 심의 절차도 구체화하기로 했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전날 저녁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SCK컴퍼니) 대표를 즉각 해임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정 회장이 이 사안을 보고받자마자 엄정 조사를 지시하고 대표이사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직접 주문한 것이다. 손 대표와 함께 이번 행사를 기획·주관한 담당 임원도 해임됐으며, 관련 임직원 전원에 대한 징계 절차도 착수한 상태다.
논란의 발단은 스타벅스코리아가 지난 15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진행 중인 텀블러 프로모션이었다. 이 행사 과정에서 5·18 기념일인 18일에 '탱크 데이',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가 홍보물에 사용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이 표현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진입한 계엄군의 탱크, 그리고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논란이 커지자 스타벅스는 처음에 '탱크데이'를 '탱크텀블러데이'로, '책상에 탁!'을 '작업 중 딱'으로 일부 수정했지만,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결국 해당 이벤트 전체를 삭제하고 행사를 중단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같은 날 SNS를 통해 이번 사태를 강하게 비판하며 도덕적·행정적·법적·정치적 책임이 따라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