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올해 1분기 포트폴리오에서 인공지능(AI)·반도체 비중을 일제히 확대했지만, AI 에이전트 시대의 최대 수혜주가 어디냐를 두고서는 월가 큰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18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13F 공시에 따르면 버크셔해서웨이는 1분기에 구글 모회사 알파벳 클래스A 주식 비중을 3.89%포인트, 클래스C 주식 비중을 0.39%포인트 각각 늘려 합산 4.28%포인트의 비중을 확대했다. 반면 비자(-1.06%포인트), 뱅크오브아메리카(-0.86%포인트), 마스터카드(-0.83%포인트) 등 금융주 비중은 줄였다. 지난해 공격적으로 매수했던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그룹 비중도 0.62%포인트 축소됐다.
알파벳 비중을 공격적으로 늘린 것은 AI 시대에도 검색·유튜브·클라우드·광고 생태계를 고루 갖춘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이 건재하다고 판단한 결과로 해석된다. 구글이 자체 AI 칩 개발부터 AI 에이전트 '제미나이'까지 AI 밸류체인 전반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도 매수의 배경으로 꼽힌다.
반면 '리틀 버핏'으로 불리는 빌 애크먼의 퍼싱스퀘어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애크먼은 버핏을 영웅으로 여기며 그의 투자 철학을 따르는 것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지난달에는 자신의 헤지펀드 운용사 '퍼싱스퀘어USA'를 증시에 상장시켰다. 퍼싱스퀘어는 알파벳 클래스C 비중을 11.81%포인트, 클래스A 비중을 1.3%포인트 각각 줄였다.
그 대신 퍼싱스퀘어는 MS 비중을 15.26%포인트 확대하고 아마존 비중도 3.11%포인트 늘렸다. AI 생태계의 중심축이 검색보다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시각이 반영된 행보다. 특히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긴밀하게 협력 중인 MS에 대한 투자는, AI 경쟁의 핵심이 단순 생성형 AI를 넘어 기업 업무 자동화와 생산성 혁신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과도 궤를 같이한다. 퍼싱스퀘어는 동시에 메타 비중도 줄이며 광고 기반 플랫폼 기업에 대한 노출을 일부 줄였다.
애크먼은 지난 16일 소셜미디어(SNS)에 MS의 소프트웨어·클라우드 구독 상품(M365)이 거의 모든 대기업의 일상 업무 흐름에 긴밀하게 통합돼 있다며, MS가 보유한 오픈AI 지분 27%의 가치를 시장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레이 달리오의 브리지워터도 아마존과 반도체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 아마존 비중을 2.44%포인트 확대한 데 이어 TSMC(1.62%포인트), 마이크론(1.30%포인트), 브로드컴(1.06%포인트), 엔비디아(1.02%포인트) 비중도 늘렸다. 반면 세일즈포스(-1.87%포인트)와 어도비(-1.63%포인트) 등 소프트웨어 기업 비중은 줄었다. AI 산업에서 실질적인 컴퓨팅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공급망을 쥔 기업들이 더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비중을 늘린 것은 AI 서버 확산에 따른 메모리 수요 급증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반도체와 신흥국 시장을 동시에 노렸다. TSMC 콜옵션 비중을 0.43%포인트 늘리며 가장 적극적으로 매수했고, 중국 제외 신흥국 ETF(EMXC) 비중도 0.27%포인트 확대해 눈길을 끌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에너지와 반도체를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정유주인 엑손모빌(0.32%포인트)과 셰브론(0.16%포인트) 비중을 높이는 동시에 반도체 장비기업 AMAT(0.14%포인트)와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0.12%포인트) 비중도 함께 늘렸다.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는 1분기 주식 지분 투자가 다소 제한적이었다. 인슈어테크 기업 에토스테크놀로지 비중이 0.31%포인트 확대됐지만, 이는 비상장 단계에서 투자한 기업이 올해 초 증시에 입성하면서 드러난 수치다. 통신사 티모바일 비중은 19.01%포인트 급감했고, 서클인터넷과 코인베이스 등 가상자산 관련 기업 비중도 줄었다. 다만 기존 반도체 투자 비중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다. 1분기 말 기준 인텔 비중이 33.63%, TSMC 비중은 5.88%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