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7800선을 돌파하고 반도체 업종 성과급 규모까지 커지면서, 시장에 풀린 유동성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증시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은 주식에 계속 베팅하는 반면, 일부에서는 이 자금이 서울 강남권과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 등 핵심 지역 아파트 시장으로 흘러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 안팎 급등하며 7800선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장중 한때 7850선까지 치솟으며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동반 급등세를 보였다. 시장 일각에서는 미·중 관세 협상 진전과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이 맞물려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주식 시장의 호황이 반드시 증시 내부에 머물지는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BOK 이슈노트'에 따르면 주가가 1만 원 오를 때 소비로 이어지는 금액은 130원으로 자본이득의 1.3%에 불과하다. 미국·유럽(3~4%)이나 일본(2.2%)보다 낮은 수치로, 한국 가계는 주식으로 번 돈을 소비보다 다른 자산 매입에 활용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의미다.
특히 무주택 가계의 경우 주식 자본이득의 약 70%가 부동산 자산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물론 이는 과거 데이터에 기반한 통계적 경향으로, 현재의 증시 호황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주식 시장의 추가 랠리 가능성이 열려 있는 만큼, 자금이 증시에 계속 머물 수도 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편 일부 자금이 아파트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지속되면서 레버리지보다 주식 수익이나 성과급 등 현금성 자산을 활용한 매수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용인 수지, 화성 동탄, 수원 영통 등 이른바 '셔세권'(셔틀버스+역세권) 아파트값 상승률은 이미 수도권 평균을 웃돌고 있다. 화성 동탄구의 매매가격 변동률은 지난주 0.25%로 전주(0.20%)보다 확대됐고, 용인 수지구는 올해 누적 상승률이 7%대 중반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현장에서도 반도체 성과급을 앞세운 갈아타기 수요가 일부 감지된다. 경기 동탄역 인근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이천이나 청주 쪽 집을 처분하고 동탄을 찾는 SK하이닉스 직원이 늘었다"고 전했다. 청주 흥덕구 복대동 두산위브지웰시티2차 전용 80㎡도 최근 8억 6000만 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결국 증시 호황과 반도체 성과급이 맞물린 이번 국면에서 유동성이 주식 시장에 계속 남을지, 아파트 시장으로 분산될지는 추가 금리 방향과 규제 변수, 개인 투자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시각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개를 앞두고 매물 잠김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두 시장의 온도 차이는 당분간 투자자들의 주요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