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9년 만의 중국 국빈 방문이 14일(현지시간) 본격 막을 올린 가운데,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단순한 무역 협상의 틀을 넘어 세계경제와 안보, 인공지능(AI) 패권을 둘러싼 전면전 성격을 띠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시장 개방과 관세 갈등 봉합, 첨단 반도체 통제 문제를 한꺼번에 압박하는 반면, 중국은 희토류와 대만 카드, 에너지 수요를 지렛대 삼아 맞불을 놓는 형국이다. 이번 회담이 글로벌 패권 질서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백악관 취재단과 외신 등에 따르면 이번 방중 수행단에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외교·안보·무역 분야의 핵심 인사들이 총망라됐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팀 쿡 애플 CEO 등 미국 빅테크 최고경영자들까지 나란히 동행하면서, 이번 정상회담은 사실상 미중 전략 경쟁의 종합 무대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출국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 주석과 논의할 것이 많다"며 "무엇보다 무역이 핵심 의제"라고 밝혔다. 또 출발 직전 트루스소셜에는 "시진핑 주석에게 중국 시장을 개방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직접 쓰며, 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 확대를 회담의 최우선 과제로 못 박았다.
회담 테이블에는 '휴전' 상태인 관세전쟁, 미국의 무역법 301조 조사,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중국의 희토류 공급 제한 조치 등이 한꺼번에 올라올 전망이다. 미국이 시장 개방과 공급망 안정, 기술 통제를 동시에 밀어붙이는 사이, 중국은 희토류와 내수 시장, 에너지 수요를 협상 카드로 맞받아칠 가능성이 크다.
교착 상태에 빠진 이란 전쟁 협상이 이번 회담을 통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출국 전 "이란은 의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협상력 약화를 경계했지만,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해서는 중국의 중재 역할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도 여유 있는 처지는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핵심 에너지 수입로가 위협받고 있는 데다, 부동산 침체와 내수 부진까지 겹쳐 미국과의 전면적인 무역 갈등 심화는 어떻게든 피해야 할 상황이다. 미중 양국 모두 고유의 약점을 안고 있는 만큼, 이번 회담은 근본 해법보다는 충돌 관리를 위한 '스몰딜'에 무게가 실린다는 분석이 많다.
안보 분야에서는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동행이 특히 주목된다. 미국 현직 국방장관이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2018년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 이후 8년 만이며, 현직 국방장관이 대통령의 방중을 수행한 것은 1972년 닉슨 대통령 방중 이후 무려 54년 만이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미국의 핵심 안보 우려로 부상한 상황에서, 헤그세스 장관의 방중 자체가 중국을 향한 묵직한 압박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는 방중 기간 둥쥔 중국 국방부장과 별도로 접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무역 협상 전면에는 베선트 재무장관과 그리어 USTR 대표가 나섰다. 양측은 관세전쟁 휴전 기조를 유지하면서 교역 안정화와 투자 협력, 협의체 신설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인사 가운데서는 머스크 CEO의 행보가 단연 눈에 띈다.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만큼, 이번 회담 결과는 전기차 공급망과 현지 생산 전략에 직결될 수 있다. 팀 쿡 애플 CEO도 동행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애플은 중국 생산 의존도가 높으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내 제조 확대 요구에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는 대표 기업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수행단의 면면이 미국이 안보와 기술, 시장 문제를 하나의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놓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해석한다.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왕둥 교수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수행단 구성은 미국이 이번 방중을 단순한 외교 행사가 아니라 정치·안보·경제를 아우르는 고위급 전략 소통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전략 경쟁을 강조하지만 기업들은 중국 시장과 공급망을 중시하고 있다"며 "이번 방중은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미중 관계의 복합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