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매매·전세·월세가 동시에 오르는 이른바 '트리플 강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 수준에 달하고, 전세와 월세도 가파른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5월 둘째 주(5월 11일 기준)까지 누적 3.10%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1.53%)의 약 두 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월간 기준으로 보면 1월 1.07%였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밝힌 이후 2월 0.74%, 3월 0.34%로 점차 둔화됐다가 4월 들어 0.55%로 다시 반등했다.
전세 시장의 상승 속도도 예사롭지 않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의 올해 누적 상승률은 5월 둘째 주 기준 2.89%로, 매매 상승률보다는 낮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0.48%)과 비교하면 무려 6배에 달한다. 월간 기준으로 공표되는 월세 상승률 역시 4월까지 2.39%를 기록해 지난해 동기(0.57%)를 큰 폭으로 웃돌고 있다.
수급 측면에서도 매도자 우위가 두드러진다. 5월 둘째 주 기준 매매수급지수는 108.3, 전세수급지수는 113.7을 기록했으며, 4월 기준 월세수급지수는 109.7로 나타났다. 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다는 의미다. 매매수급지수는 2021년 3월 첫째 주 이후, 전세수급지수는 같은 달 둘째 주 이후 최고 수준이며, 월세수급지수 역시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높다.
시장에서는 유동성, 금리, 세제 등 거시 변수가 향후 집값 향방을 가를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 기준 올해 3월 평균 광의 통화량(M2 기준·평잔)은 4132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연속 늘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 호황에 따른 자산 매각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경우 매매 강세가 한층 가속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가격 상승의 제동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내수 부진을 이유로 동결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방선거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세제 개편은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권을 중심으로 가격 조정 압력을 가할 수 있다. 비거주 1주택자를 대상으로 보유세가 강화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줄어들 경우 고가 주택의 급매물이 다시 시장에 나올 여지가 있다.
다만 최근 아파트 시장은 보유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하위권 단지가 전체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만큼, 강남 등 고가 지역이 조정을 받더라도 다른 지역은 상승세를 이어가는 디커플링이 지속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월세 시장의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부동산원의 4월 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0.55% 오르는 동안 전세는 0.82%, 월세는 0.74% 상승해 전월세 오름폭이 매매를 앞질렀다.
빌라 등 비아파트 위주의 전세 사기 사태를 겪으면서 임차인들의 아파트 선호도는 높아진 반면, 전세 공급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신축 입주물량은 줄어드는 추세다. 정부가 지난해 9·7 대책을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착공 기준인 만큼 실제 입주까지는 최소 2~3년의 시차가 불가피하다. 전세의 월세화 흐름이 심화되는 것도 전세 물량 감소와 임대료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매매시장이 안정된다고 해서 전월세 시장이 자동으로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준주거지역이나 준공업지역 등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곳에 도시형 생활주택, 오피스텔 등을 공급해 전월세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