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10.3% 증발…삼성·하이닉스 지지선 사수 기로

미국 고용시장이 예상 밖의 강세를 보이며 금리 인상 공포가 재점화됐다. 그 직격탄을 맞은 것은 AI 반도체주였다.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가 10.3% 폭락했고, 나스닥지수도 4.18% 급락하며 2만5709.43까지 밀렸다. 2025년 4월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이다. S&P500지수는 2.64% 내린 7383.74,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도 1.35% 하락한 5만877.78로 마감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10.3% 증발…삼성·하이닉스 지지선 사수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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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충격의 진원지는 5월 비농업 고용지표다.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결과가 나오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모건스탠리 웰스매니지먼트의 엘렌 젠트너 수석 경제전략가는 이번 고용지표가 연준으로 하여금 기존 긴축 기조를 유지하게 만들 것이라며, 연준이 당분간 인플레이션을 최우선 과제로 놓고 상황을 관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금리 인하는 여전히 가시권 밖에 있다는 진단도 덧붙였다. 시장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현행 3.5~3.75%)가 동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도체 개별 종목 피해는 광범위했다. 마이크론과 마벨테크놀로지가 각각 13.3% 급락했고, AMD는 10.9%, 브로드컴은 7.9% 밀렸다. 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도 6.2%, 테슬라도 6.6%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뉴욕발 충격파는 곧바로 국내 증시를 강타했다. 삼성전자는 5일 전 거래일 대비 6.40% 내린 32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SK하이닉스는 9.92% 급락한 207만원으로 마감했다. 반도체 랠리를 믿고 고점에서 매수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패닉이 번지고 있다. 코스피는 장중 8000선이 무너지기도 했으며, 반도체주 급락 여파에 8160선에서 겨우 마감했다. 외국인은 20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시장 안팎의 우려는 주가 지지선 붕괴 가능성에 쏠려 있다. 삼성전자의 '30만원 선', SK하이닉스의 '200만원 선'이 깨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소액 투자자는 500만명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되며, 두 종목의 신용융자 잔액은 사상 최대 수준이다. 신용융자란 증권사가 투자자로부터 일정 증거금을 받고 주식 매입 자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연 7~9%에 달하는 높은 이자를 부담하는 데다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증권사가 보유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 위험에 노출된다.

다음 주 예정된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도 수급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코스피 상승세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된 상황에서 글로벌 성장주 자금이 스페이스X로 이동할 경우 국내 지수의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스페이스X 상장 직후 유통시장에서 매수에 나서려는 대기 수요가 쌓이면서, 기존 보유 주식을 처분해 자금을 마련하는 움직임이 반도체주 수급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실적 전망을 근거로 낙관론을 유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범용 D램과 낸드 가격 회복세,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 확대 등 업황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급락이 일시적 조정에 그칠 수 있다는 시각이다. SK하이닉스는 AI 가속기 시장에서 HBM 프리미엄이 인정된 수혜주로 평가받고 있으며, 삼성전자 역시 HBM4 공급 확대가 가시화될 경우 주가 재평가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온다.

문제는 당장 월요일 개장이다. 미국발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코스피 8000선 붕괴 여부가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금리 인상 우려, AI 성장 모멘텀에 대한 불확실성, 스페이스X IPO를 둘러싼 자금 이탈 가능성 등 악재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단기 변동성은 한층 더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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