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목표치 1만2000까지 간다…9000피에도 PER은 여전히 세계 최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전망치가 연초 대비 두 배 이상 급등하며 코스피 상장사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942조원에 달하는 가운데, 주가수익비율(PER) 기준으로는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어 증권가의 목표지수 상향이 잇따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코스피 목표치로 1만2000포인트를 제시했고, 대신증권도 기존 8800에서 1만1500으로 대폭 올려 잡았다.

코스피, 목표치 1만2000까지 간다…9000피에도 PER은 여전히 세계 최저
ⓒ 헤럴드경제

이익 성장의 핵심은 반도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482조원, 373조원에 이른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반도체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942조원이었던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 합계는 내년 1124조원으로 늘어나 사상 처음 '1000조원 시대'를 열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할 점은 이처럼 급격한 이익 성장에도 불구하고 밸류에이션 지표는 오히려 낮아졌다는 사실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PER은 8.5배에 그쳤다. 미국(20.4배), 대만(21.8배), 인도(19.8배), 일본(16.5배), 독일(14.0배) 등 주요국 증시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코스피가 연초 이후 110% 이상 급등했음에도 저평가 상태가 심화된 것은 주가 상승 속도보다 이익 개선 속도가 더 빨랐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260%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고, 내년 EPS 증가율도 글로벌 1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대장주의 저평가 문제는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달 말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PER은 각각 6.6배, 6.0배로 대만 TSMC(23.1배)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한화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와 동일한 사업 구조를 가진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조차 선행 PER 10배 이상을 부여받고 있는 현실을 들어, 국내 반도체주가 글로벌 테크 업종의 기본 배수조차 반영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배경 아래 증권사들의 코스피 목표치 상향이 줄을 잇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이날 코스피 밴드 전망을 기존 6500~9000포인트에서 8000~1만1000포인트로 높이면서 경기선행지수와 수출 등 주요 지표의 우상향 흐름, 반도체 실적 전망과 마진 개선세 지속을 근거로 제시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PER 기준으로는 여전히 현저한 저평가 상태로 추가 상승 여력이 상당 부분 잠재돼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현 장세가 고르지 못하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9000선 돌파 당일 코스피 구성 종목 900여 개 가운데 상승 종목은 100개 안팎에 불과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극소수 반도체 대형주가 상승분 대부분을 만들어냈다. AI 투자 사이클의 수혜가 일부 업종에 집중되면서 체감 수익률은 지수 상승폭에 미치지 못하는 쏠림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변동성 지표도 경고음을 내고 있다. 이달 들어 변동성지수(VKOSPI)는 장중 90포인트를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고점인 89포인트를 웃돌았다. BNK투자증권은 시가총액 내 반도체 비중 확대와 VKOSPI 상승이 맞물리는 현상을 두고 시장에 투기적 흐름이 나타나고 있음을 방증하는 지표라고 지적했다. 하나증권은 현재 코스피가 경험하지 못했던 극단적인 이익 증가율 구간에 있어 기대감과 동시에 실제 발표 이익의 예상치 하회 및 이익 증가율 정점 통과에 대한 우려가 형성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거시경제 환경도 변수다. 국제유가는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미국 시중금리는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해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일부 증권사는 오는 8월 잭슨홀 미팅과 9월 FOMC를 단기 분기점으로 지목하면서, 하반기 중 조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익 성장 기반의 상승 추세는 유효하지만, 빚을 활용한 투자 등 과도한 위험 추구는 피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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