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보유세·양도세 동시 조정' 예고... "반도체 호황 유동성 연말 집값 자극 우려"

이재명 대통령이 7월 부동산 세제 정리를 예고한 가운데 청와대가 보유세·양도세 조정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이 견인하는 경기 호황으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이 자금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정책 논의의 출발점이 됐다.

靑, '보유세·양도세 동시 조정' 예고... "반도체 호황 유동성 연말 집값 자극 우려"
ⓒ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연합뉴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명목 10% 후반 경제의 환희, 낯섦, 그리고 두려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올해 1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를 기록한 점을 언급하며 한국 경제를 사실상 역대급 호황 국면으로 진단했다. 그는 주가, 영업이익, 세수, 경상수지 등 지표가 일제히 좋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면서도 "평균은 좋아지는데 중간은 흔들리기 시작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폭증하는 사이 동네 상가는 공실을 걱정하는 현실을 거론하며, 나라 전체의 평균이 모든 사람의 처지를 설명해주지는 못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김 실장이 경계한 지점은 이 같은 호황의 과실이 부동산 자산시장으로 쏠릴 가능성이다. 그는 하반기 이후 성과급 지급과 임금 인상, 수출 대금 유입이 본격화하면 명품 소비가 살아나는 것은 물론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매수 심리도 다시 꿈틀거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진짜 고비는 연말과 내년 초"라며, 과거 한국 경제가 호황을 맞을 때마다 늘어난 유동성이 결국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간 전례를 반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에는 빚을 내는 사람이 아니라 현금을 가진 사람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변수로 꼽았다. 세금을 내고도 남는 장사라는 확신이 형성되면 웬만한 규제로는 수요를 억누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진단을 토대로 김 실장은 "부동산 과세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보유세와 양도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옳은 방향"이라고 밝혔다. 보유세는 자산을 보유하는 데 따르는 비용을 반영하는 세금이고, 양도소득세는 자산을 팔아 얻은 차익에 매겨지는 세금이다. 보유세만 올리고 양도세 부담이 과도하면 다주택자가 매도 대신 버티기나 증여로 돌아설 수 있고, 반대로 양도세만 낮추면 투기 수요가 되살아날 위험이 있는 만큼 두 세목을 함께 조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청와대의 이런 입장은 단계적으로 선명해진 결과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이제는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올해 3월 17일 국무회의에서는 부동산 세제를 "최후의 수단으로 반드시 써야 하는 상황이 되면 써야 한다"며 여지를 남겼고, 4월 18일에는 엑스(X·옛 트위터)에 실거주 1주택이나 직장 등의 이유로 일시 비거주한 실주거용 1주택 같은 정당한 보유주택을 제외한 투자·투기용 부동산의 보유 부담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며 방향성을 구체화했다. 이달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도 국내 보유세 수준이 선진국 대비 낮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런 흐름 속에 김 실장이 보유세와 양도세를 콕 집어 연내 조정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정치권과 정부 안팎에서는 7월 세제개편안에 관련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초고가·비거주 1주택의 보유 부담을 확대하는 방향은 분명하다면서도, 초고가 기준을 어디에 둘지와 비거주 1주택이라도 세부담이 늘지 않는 예외 사유를 어디까지 인정할지가 남은 과제라고 전했다. 다만 증세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감안하면 차기 총선을 2년 앞둔 시점이 부동산 세제를 손볼 적기라는 인식도 적지 않다. 동시에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역풍을 맞았던 과거 정부의 사례를 의식해, 증세에 앞서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증세 본색을 드러냈다고 비판했고, 김 실장의 발언이 국민을 기만하는 수준을 넘어 모욕에 가깝다는 논평도 나왔다. 여러 경제 지표를 나열했지만 결국 보유세·양도세 강화와 '국민 배당금' 구상을 현실화하려는 포석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6·3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면 국무회의에 참석해 부동산 정책 방향 전환을 촉구하겠다고 공언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한 방송 인터뷰에서 청와대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서울시장이 언제나 참석 명단에 포함돼 있으나 오 시장 본인이 지금까지 두 차례만 참석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이 참석할 경우 발언권을 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발언 내용이 해당 회의 의제와 부합해야 하고 부동산 관련 사안은 그동안 국무회의에서도 비공개 전환 이후 다뤄진 경우가 많았다며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주 인기 글

NEWS

댓글 쓰기

💬 욕설 및 비방, 홍보성 댓글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됩니다.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