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을 넘어 구로구까지 빠르게 번지고 있다. 전세 매물 품귀와 전셋값 상승에 지친 실수요자들이 진입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고 교통 여건이 갖춰진 서울 서남권으로 눈을 돌리면서, 신도림·개봉·구로동 일대 단지에서 잇따라 신고가 거래가 포착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구로구의 상승 폭은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최상위권에 속한다. 올해 들어 6월 넷째 주까지 구로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누적 변동률은 6.67%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이 0.61%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약 11배나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는 셈이다. 이는 서울 전체 평균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성북구·강서구와 함께 비강남권 상승을 이끌고 있다.
실거래가 현장에서도 상승세는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구로구 신도림동 '신도림4차 e편한세상' 전용 84㎡는 지난 21일 18억9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6월 같은 면적이 16억8500만원에 손바뀜됐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2억500만원, 약 12.2% 오른 금액이다. 이 단지는 신도림로 일대에 1~7차 총 59개 동, 4224가구가 밀집해 있으며, 4차는 853가구 규모로 서울 지하철 1·2호선 환승역인 신도림역 가까이에 자리한다. 초·중·고가 모두 도보권에 있어 구로구 내에서도 선호도가 높은 단지로 꼽힌다.
구로구의 신고가 행진은 신도림 대형 단지에 국한되지 않는다. 개봉동 '신영지웰에스테이트개봉' 전용 59㎡는 이달 20일 8억원에 거래됐는데, 4개월 전인 지난 2월 거래가 7억5000만원과 비교해 5000만원이 올랐다. 구로동 '삼성래미안' 전용 56㎡도 이달 초 8억6000만원에 손바뀜되며 지난해 7월 거래가 6억7700만원 대비 1억8000만원 이상 뛰었다. 한국부동산원 역시 "구로구는 개봉·구로동 주요 단지 위주로 상승했다"고 공식 분석했다. 구로동 '주공2' 전용 54㎡ 역시 지난달 9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으로는 서울 전세시장의 불안이 지목된다. 전세 매물을 구하기 어려워진 데다 전셋값마저 오르면서, 차라리 매매로 전환하려는 실수요가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으로 흘러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구로구에는 여전히 6억~7억원대 중소형 아파트가 남아 있어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하철 1·2·7호선 등 광역 교통망을 갖춘 역세권 단지가 다수 분포해 있다는 점도 외곽 이주를 주저하는 실수요자들을 붙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이 현상을 서울 전반의 매수세가 비강남권 중저가 지역으로 옮겨붙는 흐름으로 풀이한다. 강남권과 마용성 등 선호 지역의 가격 부담이 커지자,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고 대단지·역세권 물량이 있는 구로구로 매수세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신도림·구로디지털단지 생활권 형성과 준공업지역 정비사업 기대감 등이 맞물리면서 저평가 인식이 있는 단지부터 먼저 거래가 붙는 양상이 관찰된다고 부동산원 측은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구로구의 가격 상승 압력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부 수석은 "전세 매물 부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을 중심으로 매매 전환에 나서는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며 "구로구는 이런 수요가 유입되는 대표 지역 중 하나"라고 말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서울 전세난과 중저가 매수세가 이어지는 한 가격 상승 압력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