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 속에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까지 가세하며 한국 증시가 전례 없는 변동성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26일 코스피는 5.81% 급락한 8411.21로 장을 마치며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고, 올해 사이드카 발동 횟수는 29회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는 8813.18로 출발해 오전 10시 반을 전후로 낙폭이 급격히 확대됐고, 장중 한때 8126.84까지 밀리며 낙폭이 9%에 육박했다. 최고·최저점 기준 하루 변동폭만 734.86포인트에 달했으며, 오후에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20분간 매매가 전면 중단됐다. 전날(25일)에는 미국 마이크론의 어닝 서프라이즈 호재로 5.42% 급등하며 매수 사이드카가 걸렸다가, 불과 하루 만에 급락으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상반된 상황이 연출됐다.
이 같은 패턴은 6월 내내 반복됐다. 이달 19거래일 중 종가 기준으로 등락률이 4%를 초과한 날은 무려 9거래일에 달했다. 특히 지난 23일에는 코스피가 9.99% 폭락하며 910.71포인트 급감해 종가 기준 역대 최대 하락 폭을 새로 썼고, 3거래일은 하루 등락률만 8%를 넘어섰다. 증시가 이처럼 격렬하게 출렁이면서 올해 사이드카 발동 횟수는 29회(매도 14회, 매수 15회)로 집계됐는데, 이는 직전 최다였던 2008년(26회)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 기록이다.
구조적 배경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의 극단적 시장 쏠림이 꼽힌다. 이날 장 마감 기준 두 종목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은 56.48%에 달한다. 두 종목의 순이익 비중은 70%를 웃돌 정도로 국내 증시 내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3일 -12.31%, 24일 +9.94%, 25일 +5.29%, 26일 -5.30%를 기록했고, SK하이닉스도 23일 -12.47%, 25일 +13.06%, 26일 -8.36%를 나타내며 하루 단위의 등락이 두 자릿수에 육박했다.
여기에 지난 5월 27일 국내 시장 최초로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가 변동성 확대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장 당시 4조 3000억원 규모로 출발한 이 상품군은 출시 2주 만에 개인 투자자 자금 8조 7000억원을 끌어모았으며, 상장 초기 7거래일 동안 누적 거래대금은 58조원에 달했다. 이 메커니즘은 이른바 '숏감마' 리스크와 유사하다. 주가가 하락할 경우 레버리지 ETF 운용사는 목표 배율을 유지하기 위해 기초자산 보유 규모를 줄여야 하고, 이 기계적 리밸런싱이 추가 매도세로 이어져 낙폭을 더 키우는 구조다. 지난 23일 코스피 급락 국면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작동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6일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2조3670억원, SK하이닉스를 2조3430억원 순매도하며 시장 하락을 주도했다. 이 영향으로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지난 24일 장중 97.78까지 치솟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날도 장중 94.04까지 오르는 등 극도의 불안 심리가 이어졌다. 한국은행 역시 환율·금리·주가 등의 변동성이 추가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증권업계는 이번 조정이 추세적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삼성증권은 최근의 주가 급등락이 기업 펀더멘털보다는 투자자 심리 변화에 기인한 측면이 강하다고 진단하면서, 현시점에서는 매도 대응보다 관망하거나 변동성 확대 구간을 활용한 분할 매수 전략이 적절하다고 제언했다. 실제 과거 서킷브레이커 발동 이후 흐름을 분석한 결과, 발동 후 약 32거래일이 지나면 코스피가 평균 9.9% 회복되고 60거래일 전후로는 20% 안팎까지 반등하는 패턴이 관찰된다. 다만 이번처럼 레버리지 ETF 쏠림이라는 구조적 변수가 더해진 만큼, 증시 변동성이 단기간에 안정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